[일하고 싶어요④]김성회 고려대 교수의 제언
한국의 기업들이 사용하는 분사화 방식도 인건비를 절감하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상대적 고임금과 안정적 일자리를 쪼개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를 양산하고 불안정 생활계층을 증대시킨다. 기업의 인건비 절감책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더 큰 비용을 사회가 치루지 않는다면 그렇다. 생존의 위험에 몰린 저임금, 불안정 고용의 확산은 사회가 명시적으로 또 잠재적으로 치러야 할 복지비용의 증가라는 경제적 대가를 초래한다. 경제적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정고용을 양산한다면 이를 보완하여 복지국가체제를 통한 사회적 보호기제가 작동해야 하는데, 이 또한 구축되지 않았기에 완전 불안정성의 고용복지체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제어장치가 미비해 기업의 인건비 절감책이 쉬운 선택이 되는 제도적 환경에서는 숙련인력에 바탕한 중부가가치화 또는 혁신에 기반한 고부가가치 전략은 뒷전이 된다는 점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치러야 할 사회적 대가는 더욱 더 커진다. 비정규직, 부분실업, 잠재실업을 합한 불안정고용의 비중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청년 고용률은 경제위기를 겪은 스페인보다 낮은 수준이며, 청년들은 10명 중 8, 9명이 비정규직으로 취업하고 그만두길 반복하고 있다. 노인 빈곤율은 49%로 OECD 평균의 세 배 가까이 이르고, 마찬가지로 월등히 높은 노인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자기 임금인 청년노동자, 중고령 최하층 노동자의 삶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OECD 국가 평균의 2배 이상 많은 자영업자 중 3분의 2는 비정규직의 삶과 다르지 않다. 가계생활의 곤란에 직면한 여성 노동자를 저임의 단시간 비정규직 노동자로 활용하는 폭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데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확대라고 반길 일도 결코 아니다. 절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절반을 넘는 현실에 가해진 이런 노동시장 상황은 IMF 위기 이후 가속한 부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 국내 노동시장 구조는 일을 하기 어려워서 가난하고,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로 집약된다. 저임금의 한계 일자리 늪에 갇히는 비율이 높고, 그 주위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게 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스템의 변화가 절실하다. 더구나 고용도, 부도, 소득도 세습화하는 한국사회에 대한 젊은이들의 불만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는 기업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 지금이라도 사회가 일자리 확충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