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끝낸 민주당, 법인세·소득세 공론화 '착수'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증세 화두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처음으로 꺼냈다. 그는 과세 표준 2,000억원이 넘는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을 3%p, 과세표준 5억원이 넘는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2%p 각각 인상할 것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며 추 대표의 발언에 무게를 더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참여정부 당시 신설됐으나 여당 관계자가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추 대표의 비공개 발언을 청와대가 공개한 것은 당 중심 증세 공론화를 추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대표는 같은날 충북 청주 수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법인세·소득세 증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야당의 부자증세 비판에 대해 "여유있는 계층에서 같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좀 초대기업,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해서 세금을 좀 더 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증세 대상을 못 박았다. 문재인 정부 첫 추경이 처리된 22일 민주당은 논평을 내어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고통분담 차원에서의 부자증세가 갖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은 만큼 정치권은 신속히 진지한 논의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며 곧바로 증세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에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 증세를 통해 재정과 소득재분배, 두 가지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 증세 정책에) 알맞은 이름을 붙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170조원 정도 재원이 필요하다"며 "빚내서 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어렵다. 세금을 만드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과 청와대가 공론화해서 공식화하는 과정을 밟아나갈 것"이라고 증세를 사실상 공론화했다. 민주당은 24일 증세에 대한 반감 덜어내기에 나섰다. 추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증세에 대해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스스로 명예를 지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명예과세'라고 부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OECD 꼴찌 수준인 세후 소득 재분배율도 바로잡는다면 사회양극화로 인한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태년 정책위원장도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초대기업 법인세율 증세와 초고소득자 소득세율 증세에 대해 각각 "사랑과세"와 "존경과세"라고 정의했다. 그는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증세는 없다"고 단언했다. 증세 대상을 특정해 증세에 대한 반감을 줄이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를 열어 세제개편 방안 모색에 착수했다. 당정은 오는 27일 세제개편 방안만을 논의하는 당정협의를 열 계획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협의 전 모두발언에서 "대통령이 제시한 사회복지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향후 5년간 178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법인세 정상화나,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등 조세개편에 관한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