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증세 놓고 '프레임 전쟁'...'명예과세' vs '세금폭탄'
보수야당 '세금폭탄, 부자증세'로 맞서 【서울=뉴시스】윤다빈 기자 = 국회 여야는 24일 문재인 정부의 '증세 논의'에 대해 각각 유리한 작명을 하며 초반 여론전에 나섰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명예과세'라는 표현이 등장한 반면, 보수야당에서는 '세금폭탄, 부자증세'라고 맞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명예과세'라고 부르고 싶다"며 "어쩌면 명예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호소 드린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규정했다. 추 대표는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 2000억 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25%로, 소득 5억 원 초과 고소득자에 소득세율 42%로 상향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어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사랑과세"와 "존경과세"라고 칭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인상에 대해 "초우량 대기업이 세금을 조금 더 냄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면 그런 측면에서 대기업 법인세는 '사랑과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초고소득자 소득세 증세에 대해서도 "부자들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존경과세'"라며 "그래서 우리사회가 화합하고 공정하게 되는 길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얘기하는 세금폭탄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수준 낮은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을 지낸 박광온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인세와 소득세에 대한 공정과세를 '사회통합세' 로 부르는 것은 어떨까"라며 "양극화를 해소해야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사회통합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이름 공모'를 통해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펴는 사례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의 증세,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부자 증세? 대한민국 1% 증세? 알맞은 이름을 붙여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지금이 증세의 적기다. 집권 초기에 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며 "프레임을 잘 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비공개 최고위의 논의 내용을 전했다. 민주당은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강화 방안을 내놨다가 '세금폭탄론'으로 공격을 받고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경험을 반영해 프레임 싸움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에 반해 야권은 '세금 폭탄', '징벌적 증세'라고 칭하면서 증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증세를 '가공할 세금폭탄'으로 규정하며 "기업 활동에 부담만 가중시키는 정책이 되지 않도록 무대책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 당당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낮추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청개구리 정책"이라고 규정하며 날을 세웠다. 그는 '시대착오적 좌표이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징벌적 증세는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과 고용절벽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며 '징벌적 증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어 "장관과 여당 대표가 증세를 거론하고 문 대통령이 지시하는데 이 또한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용어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여당의 증세안은 기본적으로 부자증세 아니냐"며 "아직은 부자증세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른정당은 '새 발의 피 증세,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증세'라고 날을 세웠다.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에서 "소위 핀셋증세라고 해서 제한적 증세로 재원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는 게 얼마나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것인지 솔직히 얘기해야 한다"며 "핀셋증세라기보다는 새 발의 피 증세, 또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증세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증세에 대한 직접적인 '프레이밍' 대신 공론화와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증세는 필요하지만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언급이 주를 이뤘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