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지뢰 '포트홀'···운전자 '아찔'
도로 위 지뢰 '포트홀'···급제동 피해 키워 배수 중심 설계·시공··주행속도 20% 낮춰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차가 심하게 덜컥하더니 굉음과 함께 타이어가 찢어졌습니다." 직장인 강하라(36)씨는 최근 야간 운전을 하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강씨는 평소에도 자주 이용하던 도로라 평소처럼 내달렸다. 별다른 의심 없이 한참을 내달리던 강씨 앞에 지름 50cm가 넘는 웅덩이가 갑자기 나타났다. 깜짝 놀란 강씨는 급제동을 했지만, 차가 심하게 휘청하더니 굉음과 함께 타이어가 터졌다. 다행히 뒤따르던 차가 없어 2차 교통사고는 면했지만, 놀란 가슴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이 사고로 강씨는 타이어 교환과 범퍼 재생, 완충 장치 수리 등으로 100여만 원의 수리비용을 냈다. 강씨는 "평소 자주 다니던 익숙한 길이라 별다른 의심 없이 운전하다 갑자기 웅덩이가 나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피할 수 없었다"며 "다행히 다친 곳은 없지만, 타이어가 터져 핸들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어 당황스러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로 표면이 부서지거나 내려앉아 생긴 이른바 '포트홀'. 장마가 끝난 뒤 포트홀이 많아지면서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포트홀은 타이어나 차량 파손뿐만 아니라 구멍을 피하려고 급하게 멈춰 서거나 방향을 바꾸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포트홀은 아스팔트에 스며든 물기가 균열을 만들고, 수많은 차량이 오가며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지면서 발생한다. 또 도로 밑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표면으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크기와 위치 등을 예상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도로 위의 지뢰'라고 부르기도 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지역에서 발생한 포트홀은 17만8475건. 연평균 4만4619건이 발생한 셈이다. 포트홀 면적은 총 28만541m²로, 축구장 10개 크기와 비슷하다. 빠르게 달리는 차 안에서 운전자가 포트홀을 발견하기도, 대처하기도 쉽지 않아 교통사고로 이어진다. 실제 최근 4년간 포트홀 때문에 발생한 교통사고는 1000여 건에 달한다. 지난 7월24일 서울 중구의 한 도로. 아스팔트가 파손돼 도로 곳곳에 크고 작은 구멍이 눈에 띄었다. 장맛비가 내린 탓인지 포트홀마다 물이 고였다. 포트홀 주변에는 떨어져 나간 아스팔트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지름이 50㎝가량 되는 웅덩이를 피하느라 운전자들이 연신 급하게 속도를 줄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차량은 '쿵' 소리와 함께 심하게 휘청거렸다. 또 포트홀을 피하려고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급하게 방향을 틀자 뒤따라오던 차량과 부딪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운전자들은 빠르게 달리는 차 안에서 포트홀을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대처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운전한 지 20년이 넘은 남일천(51)씨는 "차가 심하게 요동칠 정도로 큰 웅덩이에 빠져 타이어가 찢어진 적이 있다"며 "장마철이 끝나고 도로 곳곳이 포트홀이라 평소보다 속도를 줄이고 있지만, 빠르게 달리는 차 안에서 포트홀을 먼저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자 최경미(34·여)씨도 "아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앞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사고 난 적이 있었다"며 "사고 당시 상대방 운전자가 급하게 제동한 이유가 포트홀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매일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운전기사들에게도 포트홀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버스 기사 성모(46)씨는 "장마철에는 포트홀 때문에 속도도 줄이고, 여러모로 신경을 쓴다고 하지만 갑자기 포트홀이 나타나면 버스전용차로에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며 "포트홀 때문에 버스가 휘청거리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 승객들에게 미안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택시 기사 강원천(49)씨도 "밤늦은 시간 운전을 하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포트홀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 그냥 지나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그때마다 타이어나 차가 망가지지는 않았는지, 자칫 대형 사고가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시민 불편해소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포트홀 보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신고가 접수되면 긴급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복구 작업은 워낙 신고가 많이 들어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긴급 복구 작업은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로 시공부터 배수를 중심으로 설계·시공해야 반복되는 도로 파손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장마철에는 워낙 많은 비가 내려 물이 제때 빠지지 못한 채 고여 있어 지반과 도로가 약해지고, 노면에 반복되는 하중이 포트홀이 생겨나는 원인"이라며 "도로 설계 단계부터 배수가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적절한 재료를 선택해 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이 고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지면이 약해지고, 아스팔트의 접착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땜질식' 긴급 복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도로의 배수 구조가 불량인지 확인한 뒤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트홀 때문에 차량이 파손되거나 다쳤을 경우, 보험사의 자차 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보상 정도에 따라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 또 관할 도로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에 배상 신청이 가능하다. 국도는 국도교통부, 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 일반 도로는 관할 지자체에 민원을 신청하면 된다. 과실 비율에 따라 분담금을 제외하고, 배상받을 수 있다. 주행 중 포트홀을 발견했을 경우 핸들을 급하게 꺾거나 급제동하면 2차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비가 올 때는 주행속도를 평소보다 20~30% 줄이고, 타이어 공기압을 적정 압력보다 10% 더 넣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