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희귀본 '해바라기', '금반지' 첫 공개…국립중앙도서관
이번 전시는 탄생 12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거장 염상섭(1897~1963)의 희귀 작품집을 공개하는 자리이다. 이종호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염상섭은 '표본실의 청개구리', '삼대' 등으로 알려져있지만 이외의 작품세계나 그의 삶에 대해서는 덜 알려져있다"며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그간 근대문학자료를 꾸준히 수집해왔고, 희귀 자료를 이번에 최초로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존 인물인 근대화가 '나혜석'을 모티브로 삼아 당대 주요한 관심사였던 자유연애와 신여성의 결혼문제를 그려낸 '해바라기'를 이번 전시에서 첫 공개한다. 실제로 염상섭과 나혜석은 일본 유학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웠으며, 나혜석은 염상섭의 또 다른 창작집 '견우화'의 표지화도 그렸다.
황석영 작가가 뽑은 한국 명단편 중 하나인 '전화'가 수록된 단편 소설집 '금반지'도 처음 공개된다. 이 교수는 "염상섭이 '중도파'라는 정치적 성향이나 계층적으로 중산층 보수라는 점도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며 "식민지에서 해방 이후로 넘어오면서 사회주의적 근대화, 자본주의적 근대화 모두에 비판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당히 역동적인 삶을 살았던 작가로, 오늘날 많은 의미를 준다"며 "'만세전'은 3.1 운동 전야인 1918년 겨울을 배경으로 식민지 조선의 암담한 현실과 그로부터 해방되어 절대 자유를 추구하고자 하는 지식인의 사유와 지향을 형상화했다"고 강조했다. 1부 <염상섭 문학의 출발>은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염상섭의 독립운동 행적과 이 시기를 전후하여 탄생한 소설 '만세전(원제:묘지)'(1922)을 조명한다. 2부 <폐허(廢墟)'의 식민지에서 피어올린 '견우화(牽牛花)>에서는 일본 유학을 끝내고 조선으로 돌아온 염상섭 주요 활동을 살펴본다. 특히 1924년 한 해 동안 해바라기, 만세전, 견우화 3권의 창작단행본을 출간했다. 3부 <창작집 '금반지' 출간과 재도일을 통한 새로운 방향 모색>에서는 관념의 세계가 짙었던 초기 소설의 경향에서 벗어나 식민지 시대의 일상과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단편소설집 '금반지'를 공개하며, 다시 일본으로 건너간 염상섭의 의도에 대해 파악한다. 4부 <'삼대'의 세계와 동반자>는 널리 알려진 소설 '삼대'와 소설의 배경인 당시 경성 거리를 사진엽서와 신문 연재 삽화를 통해 이해한다. 염상섭의 '삼대'는 을유문화사에서 상권·하권 두 권으로 나누어 1947~1948년에 출간한 염상섭의 대표적인 장편소설이다. 원래는 '조선일보'에 1931년 1월 1일부터 9월 17일까지 총 213회에 걸쳐 연재됐다. 신문장편소설 연재 이후에 바로 단행본 출간 교섭이 있었으나 조선총독부의 검열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으며 해방 후에 간행되었다고 전해진다. 6부 <'효풍'이 부는 해방공간, '취우'가 쏟아지는 한국전쟁>은 54세의 늦은 나이에 해군장교로 입대해 종군작가로 활동했던 시기의 작품을 알아본다. 이와 더불어 군번표, 종군기장 수여증 등 손때 묻은 유품들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7부 <염상섭 문학을 다시 보며 : 4.19의 시간과 '일대의 유업'<에서는 염상섭 삶의 말년을 들여다본다. 평생에 걸쳐 민주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며 시대의 모순을 첨예하게 꼬집었던 염상섭 문학의 성과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코너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