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그 슬픔의 소중함…김지연 사진 산문 '감자꽃' 展
- 김지연 '감자꽃' 展. 오는 17일까지 류가헌에서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감자꽃은 아무 소용도 없어. 밑이 실허게 들려면 꽃을 따 버려야 혀” 하며 금숙 씨는 꽃을 몇 개 툭툭 따낸다. “헐 일 없으면 감자꽃이나 따.” … 나는 감자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는 감자꽃을 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나 이쁘고 곱던지,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 감자꽃을 묶어서 부케처럼 만들어 할머니 손에 쥐어 주면서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이는 자주 웃지 않는 주름진 얼굴을 살며시 펴며 웃었다. (김지연의 사진 산문 ‘감자꽃’ 中.)
) 출간과 함께 개막했다. 김지연은 전북 진안의 사진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와 전주 서학동사진관의 관장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연극과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오십의 나이에 사진을 시작해 근대 역사를 재조명하는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여러 전시와 사진집을 통해, 쓸모를 다하거나 소멸해가는 것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김지연이 마주했을 수많은 삶과 사연들을 어림할 수는 있지만, 그가 만났던 이들의 이름과 생생한 문장, 그때의 감정을 모두 세세히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금숙 씨를 웃게 한 감자꽃과 꽃만큼 이쁘고 고운 금숙 씨도 사진 산문 ‘감자꽃’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이렇게 사진 뒤로 흘러간 정답고 쓸쓸한, 결코 쓸모없지 않은 사물이, 사람이, 시간이 책 속에 기록돼 있다.
시인 김영춘은 “생명을 귀하게 알고 기르는 일에 지극함을 다하는 일이 공동체의 알맹이라고 한다면 결국 우리는 생명에 대한 지극한 경지가 소멸하는 순간을 그의 사진을 통해 만나고 있다.”고 헌사한다. 소멸해간 시간과 그 시간의 슬픔, 그리고 그 슬픔의 소중함을 읽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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