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CES 폐막]집에서 도시로 넓혀진 AI 무대…산업혁명 본격 점화
제품들도 '지능화·연동성'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시돼 지능형 도시 인프라 될 '자율주행차' 솔루션 다수 공개 로봇·콘셉트카 등 다수 전시…변화될 미래 일상 전망 【라스베이거스(미국)=뉴시스】심동준 기자 = '스마트시티의 미래(The Future of Smart Cities)'라는 주제로 펼쳐진 '2018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숱한 화제를 뿌리며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12일 폐막했다.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CES에서는 인공지능(AI)의 무대가 집에서 도시로 확장됐으며, 스마트폰, TV, 에어컨, 차량 등 주변 모든 것과 연결돼 일상 생활을 관통하는 핵심 기술로 성장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TV와 냉장고 등 전통적인 가전기기에 AI 탑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가 하면, 구글과 아마존을 필두로 AI플랫폼 선점을 위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두드러졌다. 소니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를 비롯해 탁구치는 로봇 등 어느 때보다 다양한 형태의 로봇들이 전시 공간을 차지하면서 일상의 곁으로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했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은 AI에 기반한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시하는 등 스마트시티의 주요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미래상을 제시했다. 이번 CES에는 150개국 4000여 기업이 참가했는데, 주최국인 미국 기업(1744)이 가장 많았고, 차이나 굴기를 보여주듯 중국 기업(1325)의 숫자도 폭증했다. 한국 기업은 210개 업체가 신기술을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는 자체 AI플랫폼을 선보였고, 하만과의 협업을 통해 내놓은 차량용 솔루션 '디지털 콕핏'은 많은 관람객의 주목을 끌었다. LG전자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다양한 가전기기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롤러블 등 미래 TV의 모습을 제시했다. 현대차의 경우도 미래형 수소연료전지 전기차 '넥쏘(NEXO)'를 최초로 전시하면서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협업 움직임을 공개하기도 했다. 첨단기술 전시회인 CES에서 어처구니 없는 정전사태가 빚어지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이번 전시회는 2018년의 메가 트렌드를 미리 엿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그 동안 말만 무성했던 4차 산업혁명이 이제 AI와 로봇을 중심으로 생활 속으로 광범위하게 스며들면서 본격 점화하기 시작했고, 이같은 시대적 흐름을 선점하기 위한 IT,가전, 자동차 업체 간 합종연횡이 가속화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이 산업의 거대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음이 두드러졌다. ◇AI·IoT 플랫폼 주도권 잡기 경쟁 치열 이번 CES에서는 아마존과 구글이라는 AI 시장의 양강이 이미 확보한 범용성을 강조하는 한편 주요 전자업체에서 자체적인 플랫폼을 내세우면서 반격에 나서는 구도가 펼쳐졌다.
아마존과 구글은 이번 CES에서 처음으로 별도 전시 공간을 꾸렸다. 두 회사의 플랫폼은 다양한 기기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어 사실상 AI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아마존은 지난해 CES에서 호평을 들은 AI 플랫폼 알렉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마존은 알렉사로 연동되는 스마트홈 체험 전시장을 구현, 알렉사가 이미 다수 기기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아마존이 전시한 알렉사 적용 제품은 HP, 슈라지(Schlage), 로지텍(Logitech) 등 다양한 업종을 아우른다. 삼성이 인수한 하만이 제시한 지능형 전장 체계에도 알렉사가 일부 적용됐으며, 코웨이 등도 일부 제품에 알렉사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번 CES에서 AI 플랫폼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된 연동기기를 제품군별로 전시했다. 구글 어시스턴트 적용 제품 제조사만 해도 LG전자를 비롯해 하만 제이비엘(JBL), 필립스(Phililps), 디링크(D-Link), 엔비디아(NVDIA) 등 전 세계 각 업종을 총망라했다. 구글은 자체 브랜드 휴대전화, 스마트스피커 등도 선보였다. 구글은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디스플레이 있는 기기 등을 선보이면서 '아마존 에코쇼(Amazon Echo Show)' 등 아마존 브랜드의 시장 영향력에 대항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자체 클라우드 '스마트씽스'를 배경으로 AI 플랫폼 '빅스비'를 통해 냉장고, 휴대전화, TV 등이 연동되는 환경을 제시했다. 이 회사는 오는 2020년까지 모든 출시 제품에 연동 기능을 넣겠다는 미래상을 제시했다. LG전자는 구글과의 협력과는 별도로 자사 브랜드 플랫폼인 '씽큐'를 이번 CES에서 공개하고 별도의 전시 공간을 구성하는 등 자체적인 체계 마련에 나섰음을 공표했다. 중국 기업들도 자체 AI 플랫폼을 이번 CES에서 공개하면서 별도의 연동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알리바바는 중국 항저우시에서 도시 데이터 분석 도구 등으로 활용되는 AI 플랫폼 '이티 브레인(ET BRAIN)'을 이번 CES에서 공개헀다. 바이두도 스피커, 프로젝터 등을 연동시킬 수 있는 AI 플랫폼인 '듀어오에스(DUER OS)'를 선보이고 오는 3월께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V 지능·맞춤화…車 자율주행 방향성 뚜렷 전통적 전자기기로 분류되는 텔레비전(TV)과 생활가전 제품을 둘러싼 기술 경쟁도 치열했다. 대다수 기기가 지능화되는 추세에서 개별 기업들은 일상 맞춤형, 성능 개선 등 저마다의 장점을 살린 제품들을 내놓았다. TV 제품은 스마트홈 시대와 맞물려 고객 맞춤형 제품을 제시하려는 경향과 함께 8K 고해상도 시대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방향성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한 첫 모듈러형 대형 TV 제품인 146인치 '더월'을 공개했다. 이는 모듈러 방식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크기로 맞춤형 TV 완제품으로 제작할 수 있는 장점 등이 있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저해상도 영상을 8K 고화질로 변환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퀀텀닷 디스플레이(QLED) TV도 선보였다. LG전자는 AI 플랫폼 씽큐가 적용된 TV와 독자 개발한 화질칩 '알파9'을 담은 4K OLED 디스플레이 TV, 화면 미세교정 기술이 적용된 액정디스플레이(LCD) TV 등을 공개했다. LG전자는 전시장에 OLED 디스플레이 패널 246장으로 초대형 '올레드 협곡'을 조성해 대형 OLED 제조 기술 역량을 알렸다.
LG디스플레이는 또 별도 전시관에 88인치 8K OLED 디스플레이 TV를 전시했다. 소니도 이번 CES에서 소리나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4K OLED 디스플레이 TV 'A8F 시리즈' 등을 전시했으며 8K LCD TV 시제품도 시연했다. 파나소닉은 4K OLED TV인 65인치 'FZ950'과 55인치 'FZ800' 제품을 발표했다. 중국 측에서는 TCL에서 QLED를 적용한 TV, 하이센스는 레이저를 광원으로 두는 TV 등을 공개했다. 생활가전 제품은 대체로 '연결성'이 강조되면서 스마트홈 형태의 전시가 주로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스마트홈을, LG전자는 스마트키친 솔루션 등을 통해 기기 간 연동성을 강조하는 제품들을 공개했다. 미국의 월풀 등 외국 가전업체들도 공간별로 제품을 배치해 제품 성능과 함께 연계가 이뤄지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를 앞두고 개별 제품의 '전자화' 등이 주된 화두였다. 현대차는 CES에서 차세대 수소차 '넥쏘(NEXO)'를 공개하면서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기술 협력 사업인 '오로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넥쏘에는 수소연료전지 체계와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기술을 적용했으며 충전 시간이 5분 이내에 그친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기아차는 니로 전기차(EV) 선행 콘셉트를 선보였다. 이 회사는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HEV) 5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5종, 전기차(EV) 5종, 수소연료전지차(FCEV) 1종 등 모두 16종의 친환경차 제품군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벤츠는 전기차 EQA, 닛산은 장거리 전기차 IMX을 선보였으며 중국 바이튼(BYTON)도 전기차 개념을 소개했다. 혼다는 로봇에 가까운 자율주행 운송수단인 R&D-X를 선보였다.
도요타 회장인 아키오 도요타는 CES 사전행사에서 "2025년까지 도요타와 렉서스 전 라인업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자율주행 시대 임박…지능형 차량 연계 솔루션 경쟁적 제시 이번 CES에서 주요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자율주행과 관련한 AI를 접목한 차량용 연계 솔루션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차량용 연계 솔루션의 경우, 스마트시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여겨지는 자율주행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체계다. 특히 지능형 차량용 연계 솔루션 분야는 자동차 업계는 물론 전자 업계에서까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산업 간 경계가 빠른 속도로 흐려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먼저 구글은 이번 CES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적용한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한 차량을 전시했다. 이는 휴대전화를 통해 차량을 제어하거나 음성 명령으로 음악을 듣고, 목적지를 찾는 방식으로 구동한다. 구글은 오는 2020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하만과 협업을 통해 만든 '디지털 콕핏'을 제시했다. 이는 하만의 차량용 클라우드 '이그나이트'와 삼성전자의 빅스비, 아마존 알렉사 등이 적용된 솔루션으로 3개 이상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차량 데이터 처리장치, 제어를 위한 손잡이 등으로 구성됐다. 인텔은 CES에서 모빌아이의 칩을 탑재한 시험용 자율주행차 100대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인텔은 모빌아이에서 4세대 아이큐칩을 통해 구축할 고해상도 지도를 바탕으로 등급 4·5 수준의 고도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기술을 담은 콘셉트카를 소개했으며, 파나소닉도 아마존 알렉사·구글 어시스턴트와 차량 제어를 연계하는 차량용 음성인식 체계를 선보였다. 현대자동차는 음성인식 기술, 심박 등 신체 측정 기술, 신원 확인 기술 등이 적용된 지능형 운전석인 '인텔리전트 퍼스널 콕핏'을 내놨다. 기아자동차도 운전대를 잡은 상태에서 오디오 등을 제어 가능한 운전석 개념을 선보였다. 도요타는 율주행 기반 상거래용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인 '이 파레트(e-Palette)'를 공개하면서 자율주행과 AI가 결부된 차량 생활상을 제시했다. 야마하도 인공지능에 기반을 두고 작동하는 새로운 운송 플랫폼 개념을 소개했다. 닛산은 뇌파를 인식해 작동하는 '브레인 투 비히클' 기술을 내보였다. 닛산에 따르면 이 기술이 적용된 차량은 운전자의 상태를 감지해 운행 수준을 제어한다. 아울러 닛산·르노·미쓰비시는 벤처 캐피탈 펀드 '얼라이언스 벤처스'를 꾸려 전기차·자율주행차·IoT·AI 등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키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AI 음성인식 기술이 적용된 'MBUX'라는 체계를 내놓았다. 혼다는 자율주행 기술이 반영된 운송수단을 공개하면서 자동차가 도로 주행 이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로봇·콘셉트카 등…변화하는 미래 삶 그려 이번 CES에서는 일상의 다양한 행위들을 보조할 스마트 기술 제품군들도 다소 소개됐다. 일상 공간에서 가사 업무를 돕거나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하게 될 로봇 제품, 스마트홈 시설물 등 달라질 미래 일상을 조망할 수 있는 제품들이 다수 등장했다.
소니는 1990년대 출시했다가 단종시켰던 강아지 모습의 AI 로봇 '아이보'를 재출시했다. 아이보는 22개 인공관절로 움직이는 애완용 로봇으로, AI 기술을 적용해 주변 소리와 이미지를 감지하면서 사용자와 정서적 유대를 만든다. LG전자는 로봇 포트폴리오인 '클로이'를 선보였다. LG전자가 이번 CES에서 공개한 로봇 제품은 서빙·포터·쇼핑 카트 로봇 등이다. 혼다는 AI를 적용한 감정인식 로봇과 의자형 이동식 로봇, 자율추행 로봇 등을 전시했다. 도요타도 전시장에 HSR 휴먼 서포트 로봇을 내놨다. 미국 업체 어비스 크리에이션(Abyss Creation)은 '하모니(Harmony)'라는 이름의 섹스로봇을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계 기업 슬라이텍(Slightech)은 AI를 적용해 가사 보조·안내 등을 할 수 있는 로봇 'SDENO'와 무인 보안 로봇을 전시했다. 이외 대만 기업 ITRI는 AI를 적용한 수면 보조 로봇 '젠키 봇(Genki Bot)' 등을 공개했으며, 한컴그룹·유진로봇·퓨처로봇 등 국내기업들도 각각 일상을 보조할 수 있는 로봇 제품군을 선보였다. CES에서는 여러 업체들이 콘셉트카 등을 통해 달라진 미래 일상을 그려보기도 했다. 하만은 '스냅'을 제시하면서 미래형 차량에 대한 방향성도 제시했다. 하만은 운송수단의 미래가 탑승자 연령에 따라 자율주행 수준이 조정되고, 로봇이 차량 내에서 정보를 제공하며 개인별 좌석·스크린을 통해 이동 간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받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Autonomous Cabin(자율적 객실)'이라는 개념의 미래 자율주행차를 제시했다. 파나소닉은 생체 인식을 통해 차량을 제어하거나 분위기에 따라 내부 환경이 변화하고 원하는 정보와 영상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가 내재된 형태의 완전자율주행 차량의 청사진을 그렸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