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밝힌 '선대의 유훈' 의미는
국제사회에 존재감 알리며 대북제재 명분 낮춰 【서울=뉴시스】 장윤희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북 특별사절단에 "비핵화의 목표는 선대(先代)의 유훈(遺訓)"이라고 밝혀 그 의미에 관심을 모았다. '선대의 유훈'은 선대의 존엄을 절대시하면서 후대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북한에서 헌법보다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선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 비핵화임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갖고 있음을 알리는 목적으로 이 표현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상당히 높은 단계의 비핵화 의사 표명으로 북미대화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는 키워드인 셈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6자 회담이 가동되던 시절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지난 2016년 성명을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의 의지를 바탕으로 미국을 설득해 북미 대화를 이끌어내는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평양에서 대북 특사단과 만나 "북미대화의 의제로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다"며 "(그러한)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다. 미북관계 정상화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북측은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전략도발을 벌이지 않겠다고 확언하기도 했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북미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강도와 명분은 자연스럽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 당시 대북특사 경험이 있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북 특사가 북으로부터 최소한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란 말을 받아내야 한다"며 "그 말이라도 나오면 북미대화 테이블이 열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정 의원과 방북했던 인사는 이번에 대북 특사단에 포함됐던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이다. 한편 청와대는 대북 특사단이 귀환한 6일 ▲4월말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 정상간 핫라인 설치 및 정상회담 이전 첫 통화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 확인 ▲북한의 북미대화 용의 표명 ▲대화기간에 전략도발 비재개 ▲남측 태권도 시범단과 예술단 평양 방문 초청 등을 골자로 하는 방북 결과를 발표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