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한국]대학입학정원, 고교졸업자 상회 가시화…대학 체질개선 함께 필요
지난해 4년제大 80% 신입생 충원 미달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없이 구조조정 실효성 저하 인력수급 예측·체질개선 없는 대학구조조정 한계 【세종=뉴시스】백영미 기자 = #. 지방 A사립대는 올해 신입생 모집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입학정원을 15% 이상 줄였는데도 신입생 충원율은 오히려 10%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학령 인구가 줄고 있는 가운데 지역 고등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몰린 탓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학 문을 닫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교직원과 주민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대학들이 폐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학생 수 감소로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재정난에 시달리게 되고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 결국 문을 닫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대학들의 존폐 위기는 각종 지표로도 확인된다. 내년에 치러지는 2020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대학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통계청과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등에 따르면 내년 고3이 되는 학생수는 2019학년도보다 5만6876명이 줄어든 52만2374명으로 추산된다. 2020학년도 대학 모집정원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2019학년도(55만5041명)보다 감소한 54만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대교협 관계자는 "학생수 감소 추세에 따라 매년 만명 이상씩 모집인원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 수입과 직결되는 신입생 충원률도 변변찮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일반대학 204개교중 80% 가량에 해당하는 163개교가 신입생 충원 미달 사태를 겪었다. 학생수 감소속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고졸자들도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 졸업자의 각종 대학 진학률(등록자 기준)은 68.9%로 전년보다 0.9%포인트 낮아졌다. 고교 졸업자 수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대학 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 없이 학생수 감소 규모만 반영해 구조조정을 지속해 나가면 노동시장에서 수요가 낮은 전공을 이수한 인력이 계속 양산돼 구조조정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이 2016년 10월 발표한 ‘청년고용대책 성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고려하지 않고 학령인구 감소 규모만 반영해 대학 구조조정을 했고 노동시장 인력수급 예측이 현실과 동떨어졌다. 4차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기술의 진화는 기존 노동시장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만큼 단순 정원감축을 넘어 대학의 체질 개선을 통한 질적 향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줄세우기식' 대학평가와 이를 통한 정원감축은 대학간·지역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평가라는 수단으로 대학을 옥죄어 오히려 자율적인 발전역량을 가로막을 뿐"이라면서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 산업구조 변화 등 대학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정원감축과 함께 대학의 질적 발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11월 대교협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대학 중 절반 가량인 49.4%가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구조개혁평가가 교육의 질 향상보다는 단순히 정원 줄이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이유다. 전창완 순천향대 미디어랩스 사물인터넷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원감축에만 급급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려면 정원감축을 교육의 질 향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며 "정원이 줄어들면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6년 고등교육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반대학의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4.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15명)을 웃돌았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