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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대북 '러브콜'로 정치위기 돌파할까

등록 2018-05-1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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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팬 패싱 극복 위해 납치문제 카드 활용

일본언론들, 1조엔 규모 북일 경협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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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김혜경 기자 =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한 간, 북한과 미국 간 접촉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압력 일변도를 줄기차게 주창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연내 북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물밑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방송은 최근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아베 정부가 연내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과의 직접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한반도 문제에서 일본이 제외됐다는 '재팬패싱' 논란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 및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를 거론해달라"고 신신당부하며 논란 불식을 시도했다. 지난 9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중일 3개국 정상회의에서는 공동성명에 "한중 양국 정상은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바란다"라는 문구를 명기하며 납치문제 부각에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아베 총리의 정치적 위기 돌파를 위해 북한 카드를 빼들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가케(加計)·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이 올 봄 재점화하며 하락하고 있다. 아직까지 지지율은 위험 수위인 20%대까지는 하락하지 않고 30%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사학스캔들 관련 증언 및 문서 등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향후 야권의 관련 공세도 거세질 전망으로, 아베 총리는 현 상황은 그야말로 '백척간두'의 위기라 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올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을 달성해 장기집권을 꿈꾸고 있는데, 사학스캔들로 정권 퇴진론이 불거지면 이런 꿈은 물거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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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곤욕을 치르며 집권 이래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9일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재무성 문서 조작 의혹과 관련한 공문서 관리 방식 등을 둘러싼 집중심의를 받았다. 그는 일체의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은 위원회 중 눈을 감고 있는 아베 총리. 2018.03.19.


 이런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 아베 총리가 빼든 것이 바로 북한 카드다. 아베 정부는 과거에도 정치적 위기 때마다 북한을 활용해 난국을 타개한 바 있다.
 
 지난해 사학스캔들이 처음 점화되며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해 정권 퇴진론이 불거졌을 때도 아베 정부는 북한의 위협론을 과도하게 조장하는 '북풍(北風)몰이'를 시도해 지지율 반등에 성공했다. 북한 위협론을 부각해 공포심을 부추기면 일본 국내 정치적 이슈를 희석하는 동시에 지지층도 결집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올 봄 상황은 다르다. 사학스캔들과 관련해 재무성의 문서조작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정권은 또다시 위기에 내몰렸지만, 은둔의 왕국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면서 '북풍몰이' 소재가 사라졌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북풍몰이 대신 '납치문제'를 앞세운 또 다른 북한 카드를 빼들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북일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에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납치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여론의 관심을 끄는데는 적절한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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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6일 도쿄에서 납북 피해자 가족들과 만나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 옆에 선  여성이 북한에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의 어머니 요코타 사키에이다. 2017.11.06


 '납치문제'를 연결고리로 한 일본의 러브콜에 북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언제라도 일본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

 물론 북한 언론은 여전히 일본에 대해 "못된 버릇을 버리지 않는 한 억년 가도 우리의 땅을 밟아보지 못할 것", "평양길에 무임승차하려는 것이냐"는 등 힐난을 지속하고 있지만, 이는 북한이 북일 정상회담에 대비해 협상 조건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공짜인데다 효과 만점이었던 '북풍몰이'와 달리, 북일 정상회담를 위해 일본이 치러야할 비용은 막대하다. 일본 언론은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제협력이 북일 정상회담의 전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및 아사히신문은 북한에 대한 경제 협력 규모를 1조엔(약 10조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단순히 일본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서 비용을 치르는 것은 아니고,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한다면 일본이 경협을 지원하는 것이다. 북한과 일본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당시 총리가 방북했을 때 평양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평양선언에는 일본이 과거 북한에 대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 등의 차원에서 국교정상화 후 경제 협력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북일 정상회담을 통한 국교정상화가 이뤄지면 일본은 대규모 경협을 제공할 전망이다. 북한이 일본의 러브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도 경협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 대북 경제지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납치문제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면 비판은 상쇄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인 납치문제에서 어떤 성과가 나올지는 사실상 미지수다. 일본 정부는 공식 납북자가 17명이며,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까지 합하면 100여명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지만, 북한의 입장은 다르다.
 
 북한은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13명을 납치했다고 시인했지만, 이 가운데 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5명은 이후 일본으로 송환했다. 북한이 이 같은 기존의 주장을 뒤집지 않는 이상 납치문제에서 어떤 진전이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북일 정상회담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아베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연내'로 잡은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보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 맞춰 행동하겠다는 속셈이다.

 예측불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사람이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기의 담판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지켜봐야할 문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선거와 2020년 재선을 위해선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만큼, 김정은과의 빅딜을 타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전망대로 한반도 해빙 무드가 지속된다면, 아베 총리로서도 북일 정상회담 개최에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북한 입장에서도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평양향 티켓을 사겠다는 아베 총리의 '러브콜'을 외면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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