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슬픔에 대하여…헤르츠티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낮에는 문학편집자, 퇴근 후에는 길에서 사진을 줍는 사람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저자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머무를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슬픔을 이야기한다. 한 세계를 이루는 사랑과 그 세계가 일순 사라져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의 감각이 주를 이룬다.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면서 또 쉽게 공유할 수 없는 아픔인 상실감과 슬픔을 논한다. 어둠을 더듬어 빛을 찾아가는 사진의 원리나 과정과 비슷하다. 그는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을 경험했다. 빈자리를 끌어안은 채 성장해야 했던 작가는 옆에 있던 소중한 존재들이 하나둘씩 자신을 떠나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며 차라리 슬픔을 외면하는 길을 택한다. 그러나 마음만 경직될뿐 슬픔은 좀체 흘러가지 않는다. 어른이 되면 잘 떠나보내고 기억할 수 있을 줄 알던 일들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고 이따금 속수무책이 됐다고 고백한다. 어느 날은 그 슬픔을 흘려보낼 강물을 만들고 싶어 양파껍질로 눈을 문질러보기도 하고(투명한 울음), 좀 더 튼튼한 자아를 가진 다른 사람이 속에 들어와 며칠만 살아주었으면(너의 이름은) 하고 바란다. 또 잘 잊히지 않는 기억 속 뼈아픈 순간을 떠올리다가 그때로 돌아간 듯 잴 수 없는 박자로 가슴이 뛰는가 하면(그 밤을 나는 잊지 못하지), 더 이상 둘 사이에 존재할 수 없게 된 사랑이라는 언어의 죽음을 기리며 상실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단편소설로 풀어내고(사랑 장례식), 세상의 아이들 절반이 죽어도 슬픔을 허락지 않는 세상이 바로 여기(꿈속 거기)라고 씁쓸하게 털어놓는다. “그럼에도 말하고 싶었다. 바라보고 싶었다. 다친 것들끼리 무심히 눈을 마주치는 순간의 꼭짓점들에 대해 나는 말하고 싶었다. 당신이 속한 어둠이란 단지 무채색이 아니라 갈등하는 수많은 총제로서 그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일이 이제는 새로운 빛이 더듬는 과정이길 바랐다. 한 장의 사진이 그렇게 완성되듯.” 책은 슬픔의 다섯 가지 극복단계, 즉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으로 구성했다.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힘내라”는 한 마디보다 더 깊은 위로가 되는 공감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320쪽, 1만 5500원, 싱긋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