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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출근, 이것이 창조의 시작···황현산 '사소한 부탁'

등록 2018-06-27 07:58:00   최종수정 2018-08-07 10: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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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책은 도끼라고 니체는 말했다. 도끼는 우리를 찍어 넘어뜨린다. 이미 눈앞에 책을 펼쳤으면 그 주위를 돌며 눈치를 보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읽는 것에 우리를 다 바쳐야 한다. 그때 넘어진 우리는 새사람이 되어 일어난다. 책이라는 이름의 도끼 앞에 우리를 바치는 것도 하나의 축제다. 몸을 위한 음식도 정신을 위한 음식도 겉도는 자들에게는 축제를 마련해주지 않는다."('오리찜 먹는 법' 중)

문학평론가 황현산 명예교수(73·고려대 불문학)가 산문집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을 냈다.

지난해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한 황 교수는 건강상의 이유로 3개월 만에 사의를 표했다. 담도암 투병 중이다.

'황현산'이라는 사람의 방향성이 정확하게 기록된 책이다. 산문은 2013년 3월9일 시작돼 2017년 12월23일 끝난다. 근 900매 가까운 글을 5부로 나눠 담았다.

"예술도 밥을 먹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니 밥벌이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직업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일까. 논의를 좁혀 문학에 관해서만 말한다면, 문학 관련 학과를 졸업한 많은 작가가 출판계나 문화 관련 직종에서 직장인으로 생활하기도 하지만, 한 문인이 취직을 하지 않는다면 그가 작가로서 성공했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글쓰기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교수직을 그만둔 작가도 많다. 그들이 자기 모교에 불명예를 안겼는가. 대통령이 어디선가 가수 싸이를 창조경제의 모범으로 꼽았다는데 싸이가 4대 보험 직장인인가. 나는 창조경제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없지만 창조를 모른다고 할 수는 없다. 정장을 하고 4대 보험 직장에 출근하는 것만이 취업이 아니란 것을 아는 것이 창조의 시작이다."('예술가의 취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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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고려대 불문학과 명예교수
"악마는 눈뜨고 그 생때같은 아이들을 잃는 순간에도 우왕좌왕할 정부를 기다려 배를 침몰시켰다. 아이들을 다 구했다는 유언비어를 책임 있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뜨리기도 했다. 악마는 빠뜨린 것이 없었다. 물론 나는 악마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악마를 믿지 않는다고 해서 악마만이 저지를 일을 이 땅의 사람들이 저질렀다는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이 악마의 처사였다면 악마의 연구로 끝날 텐데, 그것이 우리의 죄이니 우리는 이제 앉았던 자리를 털고 일어서야 한다. 나 자신을 용서하지 말고 리본을 달건 촛불을 들건 무슨 일이든지 해야 한다."('악마의 존재 방식' 중)

황 교수는 "나는 이 세상에서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물어왔다"며 "특히 먼 나라의 문학일 뿐인 프랑스 문학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늘 고뇌해왔다"고 돌아봤다.

"내가 나름대로 어떤 슬기를 얻게 되었다면 이 질문과 고뇌의 덕택일 것이다. '밤이 선생이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 이후에 썼던 글을 묶은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그 고뇌의 어떤 증언이기도 하다." 344쪽, 1만4000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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