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달라지는 것]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저녁 있는 삶' 지향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63시간에 비해 306시간을 더 일한다. 가장 적은 독일(1363시간)보다는 무려 700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독일과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이미 주당 노동시간이 30~40시간에 맞춰져 있다. 야근이 일상인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 주 52시간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다만 당장 모든 사업장이 다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시행 시기가 다르다. 300인 이상 기업은 7월부터 시행해야 한다. 50~299인 기업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받는다. 노동시간을 제한받지 않는 근로시간 특례업종도 기존 26개에서 5개로 대폭 줄었다. 다만 이번 개정을 통해 특례에서 제외된 21개 업종(물품판매 및 보관업, 도매 및 상품중개업, 금융업 등)은 노동시간 단축 시행이 1년 유예 돼 2019년 7월부터 적용된다. 나머지 5개(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업종은 공익적 요소 등의 이유로 특례업종으로 남게 돼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상태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특례가 유지되는 5개 업종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실시해 근로시간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원활하게 안착될 수 있도록 올해 연말까지 6개월 동안 노동시간 단축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인력 충원에 걸리는 시간, 설비 증설에 걸리는 시간 등 52시간제를 도입하기에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최장 6개월의 시정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위반 사실 적발 시 우선 3개월의 시정기간을 주고, 필요에 따라 추가로 3개월을 부여하는 식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근로감독 또는 진정 등의 처리과정에서 근로시간 또는 휴게시간 위반 적발시 교대제 개편, 인력 충원 등 장시간노동 원인 해소를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최장 6개월의 시정기간을 부여해 산업현장의 노동시간 단축 연착륙에 중점을 두고 계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처벌을 유예한다고 현장의 혼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근무와 휴게의 중간 영역에 있는 활동에 대해 근로시간으로 볼지 휴게시간으로 볼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현장에선 혼란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대표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판례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부서 간 회식은 노동시간에 해당하지 않고, 접대는 회사 측의 지시나 승인이 있을 경우에만 노동시간으로 간주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회식, 접대, 출장의 형태나 성격이 워낙 다양해 노동 시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해당하지 않는지 명확하게 구분 짓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점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일주일에 12시간 이상의 연장 근로는 제한됨에 따라 12시간 이상의 근로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휴일이나 야간 근무가 많은 직종의 노동자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다음달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14만 9000명의 임금이 평균 7.9%(41만 7000원)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저녁 굶는 삶'이 될 것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임금 감소분을 보전하는 지원 대책을 내놓고 시행중이다. 다만 지원 범위 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