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맞는 핀란드…"강대국 정치의 놀이터 반대" 시위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6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개최지인 핀란드에서는 거센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정상회담이 예정된 핀란드 수도 헬싱키 중심에 모인 시위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에 참석한 안나 브룬은 "그들이 이 곳에 온다는 것에 기분이 좋지 않다"며 "우리나라가 강대국 정치의 놀이터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민은 "열린 대화를 지지한다"며 "회담은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물밑협상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핀란드는 냉전시기 소련과 미국 간 중요한 다리 역할을 했다. 우르호 케코넨 전 핀란드 대통령이 1975년 헬싱키에서 주최한 미소 정상회담을 통해 제럴드 포드 당시 미국 대통령과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평화와 안보 및 인권을 위한 헬싱키 협약에 서명했다. 이 외에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중동상황 등에 대해 논의한 1990년 9월 정상회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보르스 옐친 러시아 전 대통령의 옛 소련연방 국가들에 대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 문제 논의가 이뤄진 1997년 3월 정상회담 등의 무대가 모두 헬싱키였다. 가디언은 그러나 이같은 역사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핀란드는 중립적인 땅이 아니다'는 것이 핀란드 국민의 정서라고 전했다. 인구가 550만명에 불과한 북유럽의 소국 핀란드는 러시아와 1340km의 국경을 접하며 철저한 중립외교 노선을 지켰으나 소련 붕괴 이후 유럽연합(EU)에 가입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협력을 증진하는 등 서방의 편으로 돌아섰다.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의 미카 야톨라는 "핀란드 국민은 핀란드가 동서양의 중립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냉전 종식 이후 정책 면에서 핀란드는 서방의 일부라는 생각이 확산했다"고 말했다. 이어 "핀란드는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수준에 발맞추는 견고하고 통일된 사회를 건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16일 오후 1시부터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열린다. 단독회담을 시작으로 미러 간 확대회의와 실무오찬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후 공동 기자회견도 예정 돼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