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폭염]백화점·쇼핑몰 ‘북적’, 재래시장 ‘한산’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분식을 파는 정은재(60)씨는 지글지글 끓는 음식 사이에서 연신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오전 9시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린 23일. 광장시장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빈대떡, 마약김밥을 파는 시장의 동문 골목은 군데군데 천막이 덮혔다. "지금 버는 걸로는 사람을 써서 일당 줄만큼이 안되니까 요즘은 가족들이 다 달라붙어서 장사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닫기는 힘들고 해서..." 정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광장시장의 여름은 뜨겁고, 한산했다. 포목점에 모여앉은 중년 여성들은 "땀이 뚝뚝 떨어지는데 누가 시장까지 장을 보러오나. 다들 마트가지"하며 한숨을 쉬었다. 오후 2시를 넘겼지만 수산시장 상인 이부영(66)씨의 좌판은 새벽에 진열해 놓은 상태 그대로다. "여기 좌판에 비어있는거, 이거 하나 팔았어요. 오늘은 삼치 한마리 팔았네." 평소라면 한참 주부들이 장을 보러나올 시간이지만 한시간 째 물건을 보러 기웃거리는 사람도 없다. "이 7평 가게에서 2년전에는 직원 6명을 썼다. 근데 이제 누이랑 나랑 둘이서 겨우 자리만 지켜." 열흘만에 시장을 찾았다는 김재숙(67·여)씨는 단골가게에서 지갑을 열었다. 김씨는 "며칠 사이에 사람이 확 줄어든 게 느껴진다"며 날 더우니까 쉽게 상할 것 같은 건 못가겠고 겨우 오이지만 1만원어치 샀다며 걸음을 옮겼다. 장소를 옮겨 명동으로 향했다. 오후 4시 명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정문의 묵직한 문만 열어도 찬바람이 느껴졌다. 2층의 에스컬레이터 옆 커피 전문점 매장은 24개의 테이블에 사람이 꽉 차 있다. 자리를 구하지 못한 손님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섰다. 세 명의 직원들 역시 "날이 더워 그런지 평소보다 주문량이 많이 늘었다"며 바쁘게 움직였다. 7층의 아웃도어·스포츠 매장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신발 브랜드 크록스의 8평 매장은 대여섯명의 손님들과 계산을 하는 직원들로 북적였다. 김현민(36) 매니저는 "작년 7월에 비해 매출이 20%정도 늘었다"며 "작년에는 직원 1명으로 충분했는데, 올해는 4명으로 늘렸다"고 했다. 지하 1층의 푸드 매장도 덩달아 호황이다. 베이커리 브랜드 옵스(OPS)는 10여명의 손님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외근을 나왔다 돌아가는 길이라는 최소원(30)씨는 "날이 너무 더워서 우선 백화점에 들어왔다"며 "찬바람 맞으니 겨우 정신이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월드몰과 타워에는 폭염이 본격화한 지난 16~22일 약 106만명이 몰려 전년 동기 대비 방문객수가 25% 늘었다. 직전주 대비로도 약 17% 증가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고객수도 확연히 늘었다. 또 지난 16~23일 롯데백화점 9.9%,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15.8%, 10.5%로 매출이 증가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