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38년만에 '진짜' 대선 치른다…관건은 공정선거
음난가그와 임시대통령과 야당 차미사 대결 유력짐바브웨 민주주의 정착 여부 가를 시금석
◇’무가베 시대’에 안녕을 짐바브웨의 오랜 ‘무가베 시대’는 지난해 11월 막을 내렸다. 견제세력을 숙청할 의도로 에머슨 음난가그와 당시 부통령을 갑작스럽게 경질하면서 촉발된 무가베 퇴진 운동이 시발점이 됐다. 무가베의 핵심 지원 세력이었던 참전용사협회의 크리스 무츠방와 회장이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이 민주주의 회복 운동을 이끌 것”이라며 등을 돌렸고, 권력 기반인 군부가 쿠데타를 통해 무가베의 하야를 압박했다. 야당이 거세게 퇴진 운동을 벌이는 가운데 집권당 집권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까지 동참한 탄핵 절차까지 진행되자 견디다 못한 무가베는 11월21일 의회에 보내는 서한을 통해 끝내 사임을 발표했다. 무가베는 이날 “나 로버트 가브리엘 무가베는 헌법 96조항에 따라 공식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며 “이는 즉각적으로 효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무가베의 장기독재 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수도 하라레를 중심으로 국가 전역에서 국민들의 뜨거운 축하 열기가 이어졌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무가베 퇴진을 자축하던 국민들은 “이번 사건이 짐바브웨에 새로운 리더십이 정착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질 후 외국으로 몸을 피했던 음난가그와는 무가베 퇴진 이튿날인 22일 귀국해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후 24일 공식 취임해 당초 올해 8월로 예정됐던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직을 유지하는 임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38년 만의 진짜 선거에는 23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짐바브웨 역사상 가장 많은 후보다. 1980년 이후 대통령 선거 때마다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던 무가베는 당연히 자취를 감췄다. 함께 실시되는 총선에도 55개 정당이 의석을 두고 경쟁을 벌인다.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ZEC)에 따르면 유권자는 550만명이다. 선거 당일 근무하는 경찰과 군인 7000여명은 미리 우편 투표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야당 민주변화동맹(MDC)가 “지휘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표가 실시됐다”며 “비밀선거 원칙이 훼손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의 지난 5월30일 판결에 따라 해외 거주민의 투표권은 제한된다. 이번 선거의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음난가그와(75) 현 대통령이다. 여론조사기관 아프로바로미터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난가그와의 지지율은 40% 수준이다. 비공식 여론조사 기준으로는 42%다. 음난가그와는 무가베의 오른팔로 오랜 시간 활약하면서 무가베 못지 않은 권력욕을 드러낸 인물이다. 짐바브웨에서는 빈틈 없고 무자비하며 효과적으로 권력을 행사한다는 의미에서 ‘악어’로 불린다. 국가 경제 개혁과 외교 고립 종식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출마했다.
야권의 유력주자는 MDC의 넬슨 차미사(40)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젊은 피로 짐바브웨 야권을 이끌던 모건 창기라이 전 총리가 지난 2월 사망한 이후 MDC-T를 이끈 인물이다. 7개 야당연합인 MDC 내에서도 가장 세력이 큰 단체다. 2003년 정계에 진출해 MDC 청년위원회 의장을 지낸 차미사는 젊은 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차미사의 지지율은 아프로바로미터 기준 37%, 비공식 기준 31%다. 그는 무가베 정권에서 오랜 시간 공직을 맡은 음난가그와에게도 현재 짐바브웨의 경제 문제에 책임이 있다면서 여당 책임론을 들고 나섰다. 이 외에도 무가베와 그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의 지원을 받는 신당 국가애국전선(NPF)의 암브로스 무틴히리도 유력한 후보다. 무틴히리는 30년 넘게 무가베의 측근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ZANU-PF 내 40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이번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오는 9월8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선거 분위기는 점차 과열되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음난가그와가 참석한 ZANU-PF의 불라와요 집회에서 유세를 하고 내려오던 음난가그와를 노린 폭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짐바브웨 제2의 도시로 불리는 불라와요는 ZANU-PF의 반대 세력이 강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음난가그와는 다치지 않았으나 현장에 있던 케모 모하디 부통령과 ZANU-PF 의장, 당비서 등이 부상을 입었다. 음난가그와는 이 공격의 배후로 그레이스 무가베의 대통령직 승계를 지지한 단체 ‘G40’을 지목했다. ZANU-PF의 여성조직을 이끌었던 그레이스는 2014년부터 자체적으로 정치 집회를 주도하며 점차 정치적 세를 강화했다. 현지에서는 음난가그와보다 영향력이 큰 인물로 꼽히며 무가베의 후임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스스로도 무가베를 향해 “후계자를 지목하라”며 대권을 향한 야욕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음난가그와는 “한 사람이 벌인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사건으로 인한 전국적인 단속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오는 30일로 예정된 대선은 자유롭고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권자 등록 과정에서 25만명 이상의 ‘유령 유권자’가 나왔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었다. ZEC는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새로운 지문 인식 시스템으로 유권자의 중복 투표를 막을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