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김에 90달러까지'…수주절벽 건설사들, 유가상승에 '기대'
3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마켓워치,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오는 12월 인도되는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날 오전 1시 8분 현재(현지 시간) 배럴당 84.84달러(9만50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장의 종가(84.80달러)보다 0.04달러 상승했다. 미국산 서부 텍사스유(WTI) 12월 인도물도 2일 오후 8시1분 현재(현지시간) 전장의 종가(75.23달러)보다 소폭 하락한 배럴당 75.22달러(8만4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유가를 평균한 바스켓 물량(OPEC basket)도 81.49달러(9만1200원)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의 기준 지표로 통하는 브렌트유와 WTI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배럴당 54.61달러와 50.75달러에 각각 거래되는 데 그쳤다. 지난 2014년 초 고공비행을 하던 국제유가가 같은 해 하반기 가파르게 하락한 뒤 꾸준히 약세를 보이자 OPEC은 재작년 11월 30일 감산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유가도 10%가까이 급등했지만, 유가가 오르면 어김없이 풀리며 상승폭을 억제해온 셰일 오일 등의 초과공급 물량으로 좀처럼 상승 탄력을 받아오지 못한 채 박스권 등락을 거듭해 왔다. 브랜트유와 WTI가 급등하는 데는 내달 4일 미국의 대 이란 제재가 임박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추가 공급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수급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세계경제의 기관차인 미국 경제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들어 3번째 인상하는 등 견조한 성장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유가 상승 흐름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유가가 80달러에 이어 9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자 해외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어온 국내 건설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기대를 거는 대표적인 업체가 대림산업이다. 바다를 가로질러 브루나이 국토의 동서를 연결하는 대역사(템브롱 교량)를 진행 중인 이 건설사는 유가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산유국인 브루나이 정부가 유가 하락의 여파로 보류한 교량 진입 구간의 공사를 다시 발주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중동국가의 재정 악화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플랜트 사업본부 직원 1500명을 대상으로 앞서 지난 3월부터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유국인 말레이시아에서 주상복합건물인 스타레지던스를 짓는 삼성물산도 유가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중국 건설사 20여개가 진출해 수주 각축전을 벌이는 이 동남아 국가는 초고층 빌딩을 추가 발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초고층 빌딩 공사가 나오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수주한) 우리에게도 입찰 참여 요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산유국들의 살림살이가 좋아지면 부수적 효과도 기대된다. 중동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두바이 유등이 거래되고, 국제정유사들이 정유시설을 가동하는 싱가포르가 건설투자를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바다를 육지로 바꾸는 매립공사를 하고 있는 현대건설 관계자는 “싱가포르가 올들어 SOC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저서인 ‘오일의 공포’에서 현대건설을 비롯해 국내 대표적인 B2B기업 유가와 매출의 상관관계는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 1990년부터 2013년까지 13년간 이 지수는 평균 0.69를 기록했는데, 이 지수가 0.5%를 넘으면 유가와 매출의 연관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손 연구원은 설명했다. 한편,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사우디가 재정적자를 면하려면 유가가 79달러 수준은 돼야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홍성국 혜안 리서치 대표도 “산유국들의 국가재정이나 사회시스템은 배럴당 유가 90달러를 전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동국가들은 유가가 90달러는 넘어서야 씀씀이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