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푹 빠져들거나, 보다가 졸거나···영화 '강변호텔'
27일 개봉하는 '강변호텔'은 삶과 죽음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사랑을 그 매개체로 삼고, 철학적 사유를 더했다. 삶이든 사랑이든 영원할 것 같지만 유한하다. 결국 머물고 있던 자리를 떠나고 모두와 헤어지게 마련이다. '사랑만 하기에도 생은 짧다'는 식의 진부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인생에서 진짜로 소중한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넌지시 건넨다.
김민희를 비롯해 기주봉(64)·송선미(45)·권해효(54)·유준상(50) 등이 출연한다. 홍 감독은 평범한 남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그의 장기는 유감없이 발휘됐다.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고서도 사람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배우들의 대사로 인간의 이중성을 풍자한다. '남 일에 관심이 많고 정작 본인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다.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남들 눈에 그럴 듯하게 보여지길 원한다'로 요약된다. 속물 근성을 예리하게 비꼬면서 통쾌함마저 안긴다.
급기야 영환은 전 부인과의 일화까지도 털어놓는다. 이혼에 대해 "미안함으로 같이 살 순 없다"는 이유를 들며 항변한다. 이어 "너도 금방 죽는다"며 우리 모두 죽음 앞에서는 무력한 인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수는 영환에 대한 원망을 감추지 않는다. "아버지는 완전한 괴물이다. 죽을 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인간"이라며 언성을 높인다. 세 사람은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대화를 이어가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서사는 약하다 못해 단촐한 편이다.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독백에 가까운 대사 때문이다. 인물들의 감정선에만 치중하다보니 시종 차분한 느낌이다. 강렬한 임팩트를 원하는 관객은 실망할는지도 모른다. 아무 기대 없이 본다면 뜻밖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작들과 궤를 같이하면서 차별점을 찾기 어려운 것은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1월 스페인에서 열린 제56회 히혼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각본상, 남우주연상(기주봉)을 받았다. 95분, 15세 관람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