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여부 곧 결론…헌재 앞 찬반집회 예의주시(종합)
청년·종교·청소년·의료·장애계 낙태죄 폐지촉구"여성 소모품 대한 관성 단호 거부…권리 보장"'낙태죄 폐지 반대' 시민단체도 맞불 기자회견"낙태죄, 태아생명권·여성 건강권 지켜줄 것"
11일 오후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헌재) 앞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찬반 집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페)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종로구 헌재 정문 우측 앞에서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청년·종교계·청소년계·의료계·장애계 등 각계 단체들이 참여했다. 감리여성지도력개발원·기독여민회 등 6개 기독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천주교 주류와 극우 개신교 세력은 이성애·가부장제 중심의 정상가족 담론을 내세워 임신중단을 불온하고 불경한 범죄로 낙인찍고 있다"며 "우리는 교회가 여성에게 순응적 인간상을 강요하며 여성을 소유물이나 소모품처럼 대해 온 종교적 관성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김신애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목사는 "낙태가 아무리 흉하고 고통스럽고 슬픈 일이라도 임신을 중단한 여성은 감옥 갈 죄인이 아니다"라며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에 처해 아파하는 사람 손에 수갑을 채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성아 평화의샘 부설 천주교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국가의 허락이나 처벌, 종교의 용서와 배려도 원치 않는다"며 "온전한 성적 주체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낙태죄 위헌을 선고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청소년계에서도 미성년자 낙태권리를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라일락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만 17세 되는 해에 임신중절 시술을 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라일락 활동가는 "많은 산부인과를 방문했지만 임신 사실만 확인해주고 수술은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보호의 명목으로 보호자 동의를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청소년의 건강을 중대하게 침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임신 당시 집을 나왔고 부모에게 알릴 수도, 알리고 싶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기댈 수 있는 건 포털사이트 검색 뿐이었다"며 "임신중절에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이 아닌 국가와 전문가로부터 제공받아 당사자가 그 방법과 (시술) 병원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청소년 활동가들은 청소년을 성적 욕망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고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헌재 판결이 나기 전까지 발언을 이어가고 판결 후 관련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권뿐만 아니라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을 지켜주고, 양성평등에 기여하며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전적인 책임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이라며 "낙태 자율화가 되면 낙태로 인한 의료보건적 부작용, 정신적 피해, 사회적 비용은 더욱 전적으로 여성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은 "수정된 순간부터 태아는 생명이다. 생명을 죽여선 안된다"며 "우리는 사랑과 책임으로 아이들과 가정을 끝까지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네 아이의 엄마라는 허은정 생명인권학부모연합 대표는 "우리 모두 엄마 뱃속의 태아였다"며 "오늘은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지키라고 말하는 훌륭한 재판관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집회 참가자들은 태아 초음파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낙태죄 합헌으로 가정을 지켜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어린이들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각자 나이에 맞게 '나는 O년 전에 태아였어요'라고 써진 목걸이를 걸었다. '나는 1년 전에 태아였어요'라는 아이를 보자기에 싼 채 집회에 참석한 여성도 있었다. 낙태죄폐지반대시민연대 등도 헌재 판결이 내려진 후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한다. 헌재는 지난 2012년 8월 같은 조항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현재보다 더 만연하게 될 것"이라며 "임신 초기나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게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산부인과 의사 A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임신중절수술을 한 혐의(업무상 승낙 낙태)로 기소되자 1심 재판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2017년 2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