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개정' 순탄치 않다…시점·사유·범위 논란 예고
낙태 가능 기간 설정…헌재는 임신 22주사회적·경제적 사유도 낙태허용에 포함입법 과정 종교계 반발 등 난항 가능성
헌재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 등이 제기한 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 관련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헌법불합치)대 3(단순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재판관 9인 중 7인이 위헌 판단한 셈이다. 헌법불합치는 법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법적 공백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어 법 개정 시한을 두는 것이다. 헌재는 2020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개정하되 그때까지 현행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개정되지 않을 경우 2021년 1월1일부터 효력을 상실시켜 전면 폐지하도록 했다. 현행 형법 269조 1항에 따르면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같은법 270조 1항은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약종상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얻어 낙태하게 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모자보건법 14조에 따르면 의사는 대통령령에서 정한 정신장애 및 질환이 있거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이 불가한 혈족·인척간 임신, 임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만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다. 단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하다. 이날 헌재가 위헌 여부를 판단한 법조항은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 중 의사 부분으로, 헌재는 임신한 전체 시기에 이뤄진 낙태를 전면 처벌하는 건 헌법에 어긋난다며 관련 부분을 개정하도록 했다. 헌재는 낙태 가능 시점을 임신 22주까지로 봤다. 산부인과 학계에 따르면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가 임신 22주이므로, 이 시점까진 태아의 생명권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헌재는 이날 심판에서 모자모건법이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갈등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업·직장생활 지장, 불안정한 소득, 자녀가 이미 있어서 더 이상 자녀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 양육을 위해 휴직하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 상대 남성과 교제 지속 계획이 없는 경우, 상대의 낙태 종용, 불륜 중 임신, 사실상 혼인 파탄 상태에서 임신, 임신 후 상대와 결별, 미성년자의 원치 않는 임신 등 구체적인 사례도 나열했다. 이때문에 장애나 질환, 성범죄에 의한 임신 등 낙태 예외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행 모자보건법이 사회적·경제적 사유 등을 고려해 낙태 허용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 헌재는 이같은 판단 범위 내 입법자가 재량으로 낙태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할지, 이 시기 낙태 사유 확인을 요구하지 않을지, 상담 등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건지 등을 입법재량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다만 낙태죄 폐지를 놓고 여전히 찬반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낙태 가능 시점과 대상 등을 구체화하는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교계는 이날 헌재 결정에 즉각 반발하며 향후 입법 절차에 적극 참여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법무부 등 관련 부처는 헌재 선고 이후 공동입장자료를 통해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헌법불합치 결정 사항에 관한 후속 조치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