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정책, 서울 수요분산 효과 있을까
정부, 교통대책 마련해 '3기 신도시' 추진 의지 밝혀서울내 공급 부족에 1·2기 인구분산 성공했다 판단전문가들 "2기 실패"…교통 등 성공한 곳 얼마 없어입주 예정일 미뤄지더라도 '선 교통 후 입주' 지켜야정부는 서울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수도권에 3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주민들 입장에선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경기도를 '베드타운'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확실한 교통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3기 신도시 정책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3기 신도시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1·2기 신도시부터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도권 서북부 교통 확충 대책을 밝혔다. 지난 7일 부천 대장과 고양 창릉을 마지막 3기 신도시로 지정한 이후 일산, 파주, 검단 주민들이 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이 확산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김 장관은 간담회에서 "모든 수요를 서울과 강남에 담아낼 수 없다"며 "교통, 일자리, 쾌적한 주거환경 등 어느 지역에 살든 그것이 가능하도록 대책을 내놓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조만간 수도권 광역교통망 기본구상을 마련해 교통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종 대책을 마련해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3기 신도시 정책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3기 신도시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서울내 주택을 공급할 용지가 부족한데다 1·2기 신도시 정책이 서울 집중화를 억제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고 여겨서다.
통계청의 주민등록인구 통계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서울 총인구수는 976만5623명으로, 전년 말 985만7426명 대비 9만1803명(0.9%) 감소했다. 반면 경기도 인구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3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경기도 총인구수는 1307만7153명으로 전년 1287만3895명 대비 20만3258명(1.6%) 늘었다. 인구 증가는 2010년(32만6012명 증가) 이후 8년만에 최대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KAB부동산연구원 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동탄 등 경기 일부 지역은 SRT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망의 발전으로 서울보다 입지가 더 유리해졌다"면서 "자발적인 인구 이주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에 공급이 부족해지고 집값이 급등하자 정주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임에도 비자발적으로 이주했다는 해석도 많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저녁에 사당 등을 가보면 산본, 평촌, 안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 줄이 굉장히 길게 서있다"며 "서울 집값이 비싸서 그 쪽에서 살겠지만 돈을 벌면 계속 그곳에 정착하겠느냐"며 제대로 된 분산효과로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판교에 IT 기업들이 들어서면서 분당은 자족기능도 강화돼 신도시 중에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외는 '베드타운' 그 자체"라며 "특히 2기 신도시의 경우 미분양이 많은데 성공적으로 분산이 됐다고 하면 미분양이 발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분양을 시작한 '마지막 2기 신도시' 검단신도시의 경우 몇몇 단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청약 흥행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김 장관도 간담회에서 "1·2기 신도시 발표할 때 교통대책을 발표하지 않아 부작용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3기 신도시 발표 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통대책을 담은 정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정책이 성공해 제대로 된 수요 분산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입주 시기가 다소 늦춰지더라도 '선(先)교통 후(後)입주'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번 기회에 1·2기 신도시까지 포함한 광역교통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늘었을 때 주택공급을 하기 위해선 신도시 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3기 신도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정부가 도시를 건설하고 관리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주택공급에만 초점을 맞춰 이런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주택과 일자리, 교통이 모두 결합된 신도시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입주시기가 다소 연장되더라도 도시계획을 제대로 마련한 뒤 공급해야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