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남창동 "줄타기는 예술이라는 것, 증명하고 싶다”
‘전통연희페스티벌’ 가장 보고싶은 공연
3m 위에 떠 있는 줄을 타고 있으면 특별한 사람이 된다. 줄타기 신동으로 불리는 남창동(18·전통예술고등학교 3)이 웃으며 말했다. 남창동은 주말마다 전국을 누빈다. 줄타기 실력이 입소문이 나면서 축제 때마다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6월 1, 2일 서울 문화비축기지에서 펼치는 ‘2019 전통연희페스티벌’에도 참가한다. 올해 13회째를 맞이하는 이 페스티벌은 ‘청년, 명품, 참여’, 세 주제를 바탕으로 이틀간 30개 공연을 펼친다. 남창동의 줄타기는 가장 보고 싶은 공연으로 손꼽히고 있다. 남창동은 8세에 인간문화제 김대균을 사사, 줄타기에 입문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 이수자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놀라운 대회 스타킹’ 등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K팝의 세계화가 한창인데, 남창동은 줄타기의 세계화를 꿈꾼다. 문헌에 적혀 있는 글, 그림을 기본으로 습득하는 건 물론 서양 줄타기인 슬랙라인과 기계체조, 비보잉 등을 익혀 이를 줄타기에 응용한다. 새로운 퍼포먼스 덕분에 ‘줄타기계 아이돌’로 통한다.
어떤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길게는 1년이 걸린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새로운 동작을 할 때 할까 말까 망설이면, 그걸로 기술은 끝난 거예요. 망설임 없이 줄에서 기술을 할 수 있을 때 그 기술은 완성되는 거죠.” 남창동의 ‘끼’는 아버지 남해웅(52·국립창극단 단원) 명창으로부터 이어받았다. 남해웅은 줄광대 김대균의 어릿광대였다. 줄타기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줄광대가 중심축이지만, 어릿광대와 주고 받는 재담, 기운이 있어야 그 축이 완성된다. 줄광대 아들과 노래광대 아버지가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주고받는 부자의 정은 애틋하고 그래서 따듯하다. 처음 김대균이 남창동을 제자로 들이고 싶다고 했을 때, 남해웅은 쉽게 답을 주지 못했다. “줄을 타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창동이가 줄을 잘 타지만 아직도 조마조마하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에서는 축제 주최 측이 무게를 덜 지는 지게차를 사용, 아찔한 순간이 빚어지기도 했다. 최근 국내 축전에서도 조명 사용 실수로 남창동이 위험한 순간에 처할 뻔하기도 했다. 줄타기에서 줄광대의 실수는 거의 없다. 주변 환경의 악화로 사고가 벌어진다. 본인만 잘해서는 안 되니, 아버지의 마음은 항상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다. 남창동이 줄타기를 할 때 하는 남해웅의 노래는 일종의 굿이자 기원이다. “창동이의 정신이 흐트러진 것 같은데 ‘어이!’하고 기합을 넣어요. 그런 추임새로 정신이 바짝 들기도 하죠. 그리고 나만 믿어라, 라는 일종의 주문이기도 하고요.”
남창동은 아버지의 노래와 기합을 들으면 안심이 된다. “주변 관객들의 소리보다, 아버지의 소리에 집중하면 더 줄을 타는데 신경을 쓸 수 있어요. 아버지 덕분에 안심하고 기술도 사용할 수 있고요. 아버지는 전통문화 선배, 줄타기 동료이기도 해요.” 남창동은 전통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다. 소리를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성악, 즉 판소리도 공부하고 싶다.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아버지,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더 커졌어요”라며 웃었다. 남창동이 롤모델로 꼽는 명인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9호 발탈의 예능보유자인 이동안(1906~1995)이다. 발탈과 줄타기뿐 아니라 태평무, 진쇠춤, 승무 등 모든 방면에 능한 종합예술인이었다. 줄타기를 하며 소리를 하는 ‘줄소리’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줄을 타며 완창을 하는 것도 꿈을 꾸고 있다. 본래 줄타기는 기술에 방점을 찍은 곡예가 아닌, 이야기와 재담이 포함된 전통 공연예술이다. 남창동은 줄타기 모노드라마를 만들고 싶은 포부도 있다. “줄타기는 단지 기계적인 기교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에요. 예술적인 긴장과 이완을 왔다갔다하는 예술이죠. 줄타기가 예술이라는 것을 증명해나가고 싶어요.”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