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주원 “모든 삶 담겨 있는 탱고, 춤이 뜨거울 수밖에”
탱고발레 ‘3 Minutes: Su tiempo’
발레와 한국무용을 아우르는 춤 무대뿐 아니라 뮤지컬, 연극, 오페라, 방송, DJ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발레 대중화의 뮤즈’로 통한다. ‘아티스트 김주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알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가만히 있어도 그런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오르죠.” ‘호기심 천국’처럼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을 뿐이라며 몸을 낮춘 김주원이 웃으며 말했다. 이런 열정은 탱고와 일맥상통한다. 오호통재라, 아니 오호탱고다. 아아 뜨겁도다. 김주원은 오래전부터 ‘탱고의 나라’인 아르헨티나로 가서 탱고를 배워보고 싶다고 말해왔다. 2011년 12월 KBS 2TV ‘낭독의 발견’에서 탱고곡 ‘삶은 밀롱가와 같은 것’을 낭독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약하던 2000년 당시 한예종 교수인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 탱고를 소재로 안무한 현대발레 ‘초현’에 같은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41)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김주원이 7월 11~14일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에서 펼치는 탱고발레 ‘3 미니츠(Minutes) : 수 티엠포(Su tiempo)’는 탱고를 향한 그녀에 열정과 사랑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다. ‘3 미니츠’는 탱고를 추는 두 파트너가 춤을 추는 시간 ‘3분’을 가리킨다. 스페인어인 ‘수 티엠포’는 ‘그녀의 시간’이란 뜻이다. 만남과 사랑, 이별의 서사를 녹여낸다.
김주원의 예술인생도 고향을 떠나온 유럽 이민자들 못지 않게 외로웠다. 호기심이 왕성한 데다가 안주할 줄 모르는 그녀의 기질은 어릴 때 일찌감치 드러났다.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학교에서 유학했다. 199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그해 발레 '해적'의 주역으로 데뷔, 15년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약하면서 호소력 있는 연기, 아름다운 상체 라인 등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2006년 발레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기도 했다. MBC TV 예능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 심사위원을 맡아 좀 더 많은 대중과도 호흡했다.
김주원 역시 열정으로 외로움을 돌파해왔다. 그녀의 무기는 토슈즈. 본래 탱고는 하이힐을 신고 추는데, 김주원은 이번에 토슈즈를 신는다.토슈즈는 그녀의 춤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토슈즈와 하이힐, 상승을 위한 거룩함을 담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토슈즈는 발레에서 몸을 좀 더 높은 위치에 있게 하기 위해, 하이힐은 몸의 상승뿐 아니라 심리적인 당당함을 표출한다. 발레와 탱고의 공통점은 또 있다.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발레 작품에서 발레리노가 발레리나를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리프트에서 두 사람의 교감은 극에 달한다.
탱고 또한 소통의 춤이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는 탱고는 한 개의 심장과 세 개의 다리로 추는 춤이라고도 한다. 탱고를 추는 남녀를 보면, 어느 순간 여성이 남자에게 기대어 거의 한 발로 무대를 누비기 때문이다. 김주원은 “발레와 탱고는 파트너십에서 일맥상통해요”라고 말했다. 소통의 미학을 아는 김주원이어서인지, 이번에 힘을 보태는 이들의 면면이 쟁쟁하다. 복합공연장의 대표 격인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S시어터 기획 프로그램 ‘컨템포러리 S’의 첫 번째 프로그램 기획자로 김주원을 초빙했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300석 규모의 가변형 극장 S시어터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허물고 연출 의도에 따라 창의적 시도가 무한한 공간, 자유분방한 김주원에게는 더 없이 어울리는 공연이다.
탱고밴드 ‘라 벤타나’의 리더 정태호(피아노·아코디언)가 작품 전반의 탱고 음악을 디렉팅하는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이 작품을 위해 새롭게 구성된 밴드가 힘을 싣는다. 박윤우(기타), 강호선(바이올린), 최인환(콘트라베이스)이 멤버다. 국립발레단 주역무용수 출신 강준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영철 등 호화 라인업이다. 김주원의 실험과 도전은 이어진다. 9월6일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막을 올리는 총체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 아티스트 ‘제이드’ 역으로 캐스팅되는 등 활동 영역을 여전히 넓히고 있다. 이번 탱고 발레에서 2013년 발레 ‘마그리트와 아르망’ 이후 다시 한 번 예술감독의 직함을 다는데 “아직 낯설다”며 부끄러워했다. “저는 창작자가 아니거든요. 프로듀서 겸 캐스팅 디렉터”라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발레 무용수, 나아가 발레 기반의 예술 장르를 그녀만큼 넓힌 이가 국내에 있을까. 충분히 창작자에 버금가는 역을 해왔고 하고 있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고 있는 것이 너무 많죠.” 그녀의 앞날은 기분 좋은 오리무중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