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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혁신…국회에 발묶인 '금융데이터' 사업

등록 2019-07-14 06:00:00   최종수정 2019-07-29 09: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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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산업 활성화 위한 '데이터경제3법' 개정안 발의

"기관·기업들, 국회 처분만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

"데이터3법 통과 없이는 관련 산업 한 발짝도 못 나가"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이른바 '데이터경제 3법'이 수개월간 국회에 계류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데이터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데이터경제 3법이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을 말한다. 지난해 11월 국회는 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경제3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8개월이 넘어가도록 이들 3법 개정안은 여전히 각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에 멈춰있는 상태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 빅데이터 분석에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고 데이터 결합을 통해 산업간 융합도 가능해져 다양하고 새로운 혁신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20대 국회에서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 8일 생명보험협회가 개최한 '인슈어테크(InsurTech) 활성화 세미나'에서 "개인정보 활용 등 통합 관리는 우리 사회의 화두이나 사회적 신뢰에 대한 불안이 여전하다"며 "이번 회기 중 데이터 3법의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 부정적인 기류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만약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데이터 3법은 모두 자동 폐기된다. 다음 국회에서 다시 재발의해야 해야 하는데 이 역시도 통과를 장담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내년엔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굵직한 이슈들에 밀려 또 다시 1~2년 가량 뒤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번 국회에서는 통과되기 힘들어 보인다"며 "더 문제는 내년으로 넘어가더라도 기약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과 그 이후의 일정, 각종 정치적 현안 등에 데이터 3법은 또 다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며 "그간 관련 사업에 막대한 노력을 쏟아부은 기관, 기업들은 마냥 손놓고 국회 처분만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앞서 발표한 금융데이터 관련 사업들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제도가 미비한 탓에 그림을 그려놓고도 제대로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금융 빅데이터 개방 시스템(CreDB)'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서비스는 신용정보원이 자사에 집중된 5000여개의 금융회사의 약 4000만명의 신용정보를 비식별 조치해 핀테크 기업, 금융회사, 교육기관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신용정보원은 이를 통해 금융사들이 혁신적인 새로운 금융상품을 내놓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예컨대 금융사가 신용정보원의 표본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고객 특성에 따른 대출규모 및 연체현황을 분석하고 맞춤형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해 소액신용대출 서비스가 가능해 지는 것 등이다. 이 경우 소비자는 더 낮은 금리로 소액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 개방시스템은 통계 및 학술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테이터 3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데이터 거래소'와 '데이터 전문기관' 사업은 아예 '스톱' 상태다.

금융보안원이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데이터 거래소는 비식별정보, 기업정보 등의 금융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예컨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소셜 미디어가 공개하는 기업 관련 데이터(검색어 등)와 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구매한 종합주가지수 데이터를 연계해 소셜 데이터에 따른 종합주가지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 법적근거가 미비해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마이테이터(MyData·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계좌통합조회'와 같은 가장 기초적인 서비스를 하는데 머무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관련 금융사들이 지금은 주로 스크린 스크래핑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데 이는 수집 속도가 느리고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지난 6월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를 기대하고 개인신용정보 이동권 도입을 전제로 금융사들과 표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등을 협의해왔는데 모두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은 이미 데이터 활용과 정보보호에 관한 법·제도를 정비하고 데이터 기반의 혁신성장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은 7.5%에 불과하고 빅데이터 활용과 분석수준은 전 세계 63개국 중 56위에 그치는 등 데이터 활용 수준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한 수준의 정보보호 규제를 갖추고 있지만 정보주체를 실질적으로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데이터 활용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않는 한 데이터 관련 산업은 더 이상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이는 기업에게도, 전 국가적으로도 손해"라고 지적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데이터의 특성상 가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그 활용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소비행태와 재무현황,위험성향 등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객에게 적합한 금융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데이터가 결합되고 이를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서비스가 다수 등장해 소비자의 효용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위치정보·의료정보 등 타 분야의 데이터까지 결합될 경우 지금까지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이로 인해 금융산업에서 막대한 부가가치가 추가로 창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10일 열린 '2019 정보보호의 날 기념 세미나'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편 내용이 현재 국회 심의 중인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경제 3법 개정과 함께 시행되면 정보보호와 금융보안이 완비된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통해 마이페이먼트와 마이데이터를 비롯한 혁신금융서비스의 성과를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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