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겪는 삼성, 한일갈등·미중분쟁에 이재용 재판까지
영업이익 악화 속 미중 무역분쟁 따른 불확실성에한일 외교갈등에 따른 서플라이 체인 붕괴 등 겹쳐재판은커녕 수사 끝나기도 전 수사당국은 유죄 예단"한국과 일본이 '삼성 죽이기' 공조하는 황당한 모양새"
삼성전자는 최근 영업이익 악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최대 시장의 불확실성 고조, 한일 외교 갈등에 따른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 공급 사슬) 붕괴 등 위기가 겹친 가운데 검찰 수사에 따른 리더십의 마비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과 유럽 등의 경쟁 글로벌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인재 확보, 기술 개발, 업체 간의 합종연횡에 나서며 질주하고 있는 상황인데 반해 삼성전자는 넘어야 할 장애물과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한 형국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대외 불확실성에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 등 일련의 악재로 삼성에 쌓인 피로도는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고 보고있다. ◇반도체·스마트폰 등 주력사업 부진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에서 부진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56조원,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주력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가 이어지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4.24%, 영업이익은 56.29% 줄었다. 하반기에도 주력 사업의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해진 가운데 일본은 '징용공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3가지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불화수소(애칭가스), 포토 리지스터(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소재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부품에서 완재품까지 이어지는 삼성전자 서플라이 체인의 입구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 오사카 G20 회의에서 '휴전'을 맺긴 했지만 미중(美中) 간의무역 분쟁은 'G2간의 IT 패권 경쟁'이라는 분쟁의 본질상 언제 다시 재연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고, 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미중 간의 분쟁이 악화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임직원들에대해 연이어 소환조사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횟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이 있었다.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 8명을 이미 구속했다. 특히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의 협업과 미래 사업을 챙기는 사업지원 T/F 소속 임원을 따라 소환하고 2명을 구속시키면서 사실상 사업지원T/F는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한마디로 사상 초유의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몰고 올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가운데 실적이 악화되고, 서플라이 체인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최대 시장인 2개의 거대 국가가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돌파할 리더십은 마비된 상태다. ◇경쟁 리스크 아닌 정책 리스크에 신음하는 바이오산업 한국의 바이오 헬스 산업은 경쟁력 있는 미래먹거리로 평가 받으며정부는 지난 5월 국가 주력사업으로 선포했고 삼성 등도 수 년 전부터 육성에 힘쓰고 있는 산업분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눈높이가 높고 까다로운 유럽 시장에서바이오시밀러 제품으로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기대를 충족시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육성 발표와 다르게 사법당국에서 분식회계라는 확인되지 않은 멍에를 씌워 사업 전개에 매우 어려운 사항에 직면했다. 바이오는 생명을 다루는 산업인 만큼 회사의 투명성, 신뢰도가 중요한 평가 척도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확정되지도 않은 사항으로 인해신뢰도, 평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기 때문이다. 시선을 삼성바이오로스직의 경쟁사인 전통적인 제약 강자들에 돌리면 상황이 보다 선명해진다. 전통적인 제약사들의 주가는 한국산 바이오 시밀러 제품들의 의해 판가 인하 등 경쟁력 약화의 우려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국의 바이오 산업이 성장해 세계시장에서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좋은 시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성장하는 초기 단계에서 고삐를 쥐어 성장세를 이어가야 하나, '분식회계'라는악재로 삼성 바이오 산업의 앞날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월드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바이오 산업 경쟁력은 2016년 보다 두 계단 떨어진 26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선싱가포르, 홍콩, 일본에 이어 4위다. 반면 지난해 24위였던 UAE가 올해 두 계단 올라서 우리를 앞질렀고, 중국과 대만은 27위로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바이오는 결국 속도 경쟁인데 지금과 같은 규제 상황에서는 후발주자들에게 따라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판단을 보면 그리스 신화에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연상케 한다"며 "프로크루스테스는 붙잡아 온 사람을 침대에 눕히고는 침대보다 크면 발을 잘랐고, 키가 작으면 침대 길이에 맞춰 다리를 억지로 잡아 늘였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이 '세 번'에 걸쳐 판단을 바꾼 것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다를 바가 없음. '삼성은 분식회계를 했다'는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객관적인 다른 사실들은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삼성이 꼼짝없이 당할 정도면 다른 기업들은 오죽 하겠냐는 공포감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야성적인 투자'를 하라는 정부의 당부는 공허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국가 경제적으로 삼성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고, 삼성은 투자 등 '약속 이행'을 대외적으로 선언했지만, '발이 묶여 있는' 삼성이 과연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기의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줄 지에 대해서는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는 가려질 사안인데, 재판은커녕 수사도 끝나기도 전에 사실여부에 대한 확인이 덜된 팩트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전자 사업지원 T/F, 핵심 경영진은 물론 임직원들이 일에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유죄'를 예단하는 수사당국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국과 일본이 '삼성 죽이기'에 공조하고 있는 황당한 모양새가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