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를 왜 돌보나"…치료감호소, 편견과 싸운다[치료사법 현실②]
치료감호소 인원 1021명…의료진 11명인력 부족→빈 병실 두고 병실 과밀화전문의 "여기는 사명감으로 일해야 해"
책임 능력이 부족한 조현병 환자 등에 대해서 형벌보다 치료가 우선이라고 판단해 정신질환을 양형 사유로 참작했지만, 현실은 감호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뉴시스가 지난 7일 방문한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치료감호소 외관은 멀리서 봤을 때는 병원이었지만, 내부는 구치소와 유사했다. 창문마다 쇠창살이 있었고, 외부에서 들어가는 모든 문은 지문 시스템이나 열쇠에 의해서만 열렸다. 치료감호소는 지난 1월 리모델링을 통해 모든 병동 시설을 개선했다. 하지만 병동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해 일부 병실은 불조차 켜지 않은 채 비어있었고, 사용하는 병실은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침대들이 가득했다. 애초 한 병실에 침대 6개가 들어가도록 설계됐지만, 침대 10개를 들여놓을 정도로 병실이 과밀화됐다. 각 침대가 가까이 붙어 손만 뻗으면 환자들끼리 부딪칠 정도였다. 이는 의료진 인력이 없어 환자들을 최대한 같은 공간에서 돌보려다 보니 발생한 문제였다. 현재 치료감호소에는 1021명이 수용돼있지만, 의료인력은 11명에 불과하다. 치료감호소에 근무하는 정신과 전문의는 "의료법 병실 규정에 맞도록 리모델링이 됐지만 인력이 없어 10명이 생활하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공격성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러 들어온 정신질환자들인데 과밀화로 부딪치면 서로 공격하기 때문에 치료에 애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전국 정신감정의 90% 정도를 치료감호소가 수행하기 때문에 매년 30~60명 정도의 정신감정이 의뢰된다. 보통 한 달 정도 정신감정이 실시되므로 업무량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곳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정신질환자들이 언제 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조현병 환자가 간호사를 발로 차는 일이 있었다고도 했다. 구치소나 교도소와 달리 치료감호소는 치료를 위해 병실을 개방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외부로 나가는 문은 굳게 닫혀있었지만, 병실 간에는 환자들의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할 정도로 개방돼 있었다. 전문의는 "판·검사들은 이곳을 교도소라고 생각해 방문을 잠그고 필요할 때만 조사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이곳은 병원"이라며 "(개방돼 있어) 환자들이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여기 의료진들은 공상 빈도가 높다"고 호소했다.
치매·자폐장애인들은 치료보다는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지만 국내에서 수용할 시설은 이곳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병실당 1~2명 정도를 수용하는데 간호 인력이 24시간 밀착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치료는 더욱 힘겨워진다. 정부는 지난 2017년 5월 정신질환자 인권 보호를 위해 강제 입원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치료감호소에서는 개정안 시행으로 인해 앞으로 수용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문의는 "이곳은 처우도 좋지 않기 때문에 여기 있는 의사들은 사명감으로 일한다"면서 "사표를 쓰려니 치료감호소가 완전 폐허가 될 것 같고, 안 쓰고 지키려니 야근을 일삼으며 힘겨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민들의 치료감호소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는 것도 개선이 힘든 원인으로 꼽힌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국민 세금으로 치료해준다는 비판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최근 어머니가 뱀파이어라면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병 환자 B(27)씨 항소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12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정상적 판단능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B씨를 치료대상이라고 판단했다. 판결 이후 '정신질환자라고 왜 감형을 해주나'라고 지적하는 댓글들이 많았다. 김성수·안익득씨가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는다는 보도에는 '왜 국가예산으로 공짜 치료를 해주냐'며 분노하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