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 지원금 이미 6조원대인데…美 방위비 인상 근거 있나
트럼프 "韓이 美에 더 많은 방위비 지불하기로 해"에스퍼 美국방, 방한 때 방위비 분담금 언급 안 해지난해 말 기준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 1조원 넘어2015년 기준 주한미군 직간접 지원 규모 6조원대美 올해도 전략자산 전개비용 등 무리한 요구 전망"SMA 협정 미타결시 연장 가능…지연 전략이 유리"
지난 8~9일 한국을 방문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 국무부는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본격적인 분담금 협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한국 정부가 미국에 더 많은 방위비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며 "수십 년 동안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아주 조금밖에 돈을 받지 못했다가 내 요구로 지난해 9억9000만 달러(1조2000억원)를 내게 됐다"고 주장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과 한국 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아주 명백하다"면서 "그는 동맹국들이 좀 더 기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으며, 이는 분명 되풀이되는 주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이 올해 협상에서 최대 50억 달러(약 6조원)의 분담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미 6조에 가까운 청구서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방한에서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인상안을 언급한 것은 특유의 협상 전술 일환으로 보인다. 11차 SMA협상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에스퍼 장관 방한에 맞춰 우리 측에 인상 가능성을 내비쳐 압박 효과를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이 고용하고 있는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와 미군기지 내 훈련장·교육시설 등을 위한 군사건설비, 탄약·수송 등을 위한 군수지원비 등으로 구분된다. 올해 2월 서명한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문에 서명한 금액은 1조389억원이다. 지난해보다 8.2% 인상된 금액이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작성한 '주한미군 직·간접 지원비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주한미군에 대한 직·간접비 등 포괄적 지원규모는 약 5조4000억원 규모였다. 정부는 지난 2015년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해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직접지원 2조4279억원과 기회비용 및 면제·감면 비용으로 산출하는 간접지원 9589억원, 여기에 평택 미군기지 이전으로 유발된 한시적 비용 2조695억원을 더해 총 5조4563억원을 주한미군에 지원했다. 이는 같은 해 방위비 분담금까지 합하면 총 6조7757억원(7250억엔)을 주한미군에 지원한 셈이다. 이는 일본 지원비용의 80.5%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차 SMA 협상에서 한반도와 주변국으로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며 방위비 항목에서 '작전지원' 신설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당시 미국 측이 방위비 분담금 중 사용하지 않은 상당액을 이월하고 있음에도 작전 비용을 요구한 자체가 무리일 뿐 아니라 한미상호방위조약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는 과거 방위비 분담금 중 군사건설비를 현금으로 지급했고 미군은 상당액을 집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군이 이월된 막대한 현금으로 '이자놀이'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나아가 최근 10년간 SMA 협상과 단순 인상율만 비교해도 지난해 인상분이 결코 적지도 않다. 제8차 SMA(2009년) 협상은 2.5%, 제9차 SMA(2014년) 협상은 5.8%를 인상했다. 올해 10차 SMA 협정에서는 8.2%가 인상됐다. 이는 물가상승률과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 인상율(8.2%) 등을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일각에서 제기되는 50억 달러 규모의 인상은 실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올해 서명한 10차 SMA 협정에서 합의한 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차기 SMA 협상 전략 수립에 관심이 쏠린다. SMA 협상은 통상 3~5년 단위로 이뤄졌지만 올해는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다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한미는 10차 SMA 협상에서 미국 측 요구에 따라 3~5년 단위로 협상하던 것을 1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해마다 미국이 SMA 협상을 통해 인상을 압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10차 SMA의 유효기간이 올해로 끝나는 만큼 한미 양국은 11차 협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하반기가 시작된 이달 현재까지 미국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를 알려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지난해 철회한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을 포함한 작전지원 항목 신설을 요구하면서 강하게 우리 측을 다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강한 인상 요구가 예상되는 만큼, 11차 SMA를 지연시키는 것도 하나의 전략으로 보고 있다. 10차 SMA 협정문에 따르면 협정 유효기간이 1년이지만, 차기 협정에서 적기에 타결이 안 될 경우에는 협정 공백 상황에 대비해 양측이 합의해서 10차 SMA 협정을 연장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MA 협정은 방위비 분담금 총액에 대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국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3~4월까지 협상을 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이를 이용해 체결을 최대한 지연시켜 올해 인상율 수준인 8.2%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묶는 전략이다. 외교 소식통은 "11차 SMA 체결이 안 되면 10차 SMA를 반영할 수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강한 인상이 요구될 수 있어 최대한 체결을 늦추는 게 유리하다"고 전했다. 한편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지난 7일(현지시간) 한국에 미국 록히드마틴의 시호크 헬리콥터 12대를 8억 달러(약 9700억원)에 판매하는 것을 국무부가 승인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의 '안보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참가 등을 고려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이를 카드로 활용해 방위비 분담금 감축 등을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