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BTS RM이 광팬...이우환은 누구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우환 화백(83)이 '흐뭇해했다'고 하니 그의 소개는 아이돌을 앞세워야 겠다. "잘 보고 갑니다. 선생님. 저는 ‘바람’을 좋아합니다” BTS 랩몬스터 RM이 지난 6월 부산미술관 이우환 공간을 찾아 남겨둔 방명록이 화제가 됐다. 부산 팬 미팅 공연을 앞두고 매니저 한 명과 조용히 이우환 공간을 찾았다. 미술관측에 사전 연락도 없는 방문이어서 수석큐레이터 정종효 학예실장은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처음에는 먼 발치에서 그의 뒤를 따르다, 필요하면 작품 설명에 도움을 드리겠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는데, "그가 해박한 미술지식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단순하게 찾은 미술관 관람이 아니었다. 정종효 실장에 따르면 RM은 이우환의 광팬이었다. RM이 최근 이우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프랑스 퐁피두센터 메츠를 가려다 이름이 헷갈려 파리 퐁피두센터로 갔다'고 얘기를 했다는 것. 부산미술관에서도 이우환 작품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는 BTS RM은 이우환의 바람시리즈를 보면서 "작가가 그림을 그리면서 느낀 고뇌를 고스란히 느꼈다"고 전했다고 한다. (RM이 다녀갔다는 입소문이 나자 미술관 관람객이 4배나 늘었다는 후문이다.) 1994년생, 25살 BTS RM. 그는 어떻게, 그렇게 느낀 것일까? 이우환 화백은 “나의 작품은 무한으로의 통로이며 그 문이다"라고 했지만, 평범한 사람은 그의 말을 쉽게 알아듣지 못했다. 그의 그림은 쉬워 보이지만 쉽게 보이지 않는다. 점 하나가 있거나, 선을 쭉쭉 그어놓거나, 선들이 바람처럼 움직이는 그림. 대체, 무슨 그림인지 알아먹지 못하는 그림이라는 눈치가 다수다. 그런데,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RM이 좋아한다는 '바람'은 이우환 작품중에서도 현재 최고가로 등극한 '바람 시리즈'다. 이우환의 지난 5년간 최고가는 16억6100만원에 팔린 1990년 제작된 '바람과 함께(With Winds)'다. 2017년 3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낙찰됐다.
"창의성 유지를 위해 박물관도 가고 공원도 가고 그런다"는 RM이 반한 화가 이우환은 누구인가. 국내 생존 작가중 가장 비싼 작가다. 김환기에 이어 낙찰총액 2위에 올라있다. 지난 5년간 이우환의 작품은 556점이 경매에 올라 453점이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5년간 이우환 작품은 약 55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옥션·케이옥션등 국내 미술품경매사 10여곳에서 거래한 낙찰가를 분석한 결과다. 이같은 내용은 뉴시스가 국내 언론 최초로 개발한 작품가격 사이트인 'K-Artprice(k-artprice.newsi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의 모든 예술은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일종의 ‘암시’다. 점은 그림이 아니라그려지지 않은 여백을 인식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표식일 뿐이다.” 한국 추상미술 거장으로 불리는 이우환은 일본의 전위미술 운동인 모노하를 이끌며 일본에서 자생한 한국 작가로 유명해졌다. '만들지 않는다'에 초점을 맞춘 '모노하(mono-ha·모노파 物派)' 작가였다. 처음엔 인정받지 못했다. 돌, 나무, 흙, 철판 등의 사물에 손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표현하는 그들을 향해 당시 일본 미술계에서는 "모노하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단지 사물을 주변에 던져놓을 뿐"이라고 치부할 정도였다. 창조하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사물을 새롭게 제시하는 작품. 그는 미리 예견했을까? '궁극의 단순함이 미학인 세상이 오리라는 것을. 50여년째 '모노하' 개념으로 작업하는 작가는 세계 미술계의 러브콜을 받고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종횡무진 전시를 이끌고 있다. 2011년 백남준에 이어 한국 작가로는 두번째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고, 미국 뉴욕 모마, 프랑스 파리 베르사이유 궁전에서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펼쳤다. 세계미술계를 휩쓰는 작가지만, 굴욕의 시기도 있었다. 유명세를 더 획득한 양날의 칼 같은 일이었다. 미술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눈도장을 찍은 건 '위작 사태'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지금도 아이러니하다. 그는 그때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고 싶게 만드는 대목이다.
2016년 6월, 이우환이 서울경찰청에 들어서는 순간 기자들이 몰렸고 카메라 셔터 소리가 총알처럼 빗발쳤다. 위작 논란을 빚은 작품 13점을 최종적으로 살펴본 후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참고인 겸 피해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그는 자신의 "작품이 맞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버럭 화를 냈다. 진위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흥분도를 낮추지 못했다. "국가 권력과 합세해 한 작가를 떡을 만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렸고, "내 말을 믿지 않고 이상한 사람들의 말만 자꾸 믿고 있다"면서 "분명 내 작품이 맞다"고 했다. 이 장면은 TV 방송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고집쟁이 할아버지'같은 모습으로 이 사건 이후 '버럭 화백'으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큰 화면에 '점 하나'만 있는 대화(Dialogue)연작이 미술계에서 인기 있는 시기여서, 단정하고 세련된 그림과 다른 화백의 모습에 충격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그는 '세계적인 거장'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소박한 모습이다. 2016년 당시 이우환은 "내 작품이 맞다"며 미술사에 기록될 만한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위작 의혹 13점을 진품으로 확신하는 것은 '저만의 호흡, 리듬과 색채로 그린 그림 작품'이라고 했다. 이우환 위작 사태는 그의 이름처럼 '미술시장에 우환이 났다'고 할 정도로 논란이 됐다. 천경자 사태와 비견됐다. 감정위원들이 '진품'이라고 할 때, 천경자는 "내 작품이 아니다"고 했고, 이우환은 감정위원들이 '가짜'라고 하는데 "내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주장한 "나만의 호흡, 리듬과 색채로 만든 분명한 나의 그림"이 뒤통수를 쳤다. 이 화백의 주장과 달리 1년 후인 2017년 8월 이우환 작품 위작범과 화상은 중형을 피할수 없었다. 이들이 화상등 컬렉터들을 속여 판 작품값은 총 52억원어치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 화백의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 등을 모사한 총 9점이었다. 위작문제는 미술시장 존폐에 관한 문제다. 이우환 위작 사태를 기점으로 시장 자율에 맡겼던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위작은 화가 개인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 결국 국격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우환 위작 논란'이 뜨거웠던 건 그의 작품이 내수용이 아닌 해외용이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2007년부터 급부상한 '이우환 그림'은 삼성의 후원을 받아 2014년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개인전을 열 만큼 세계 미술계의 러브콜을 받았다. 'K-아트'의 선봉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존재감을 과시했었다. 이우환 화백이 "틀림없는 내 작품'이라며 위작 논란에서도 그가 외친 건 "국제적으로도 작품거래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항변이었다. 백남준 이후 세계적인 작가로 등극한 이우환 화백에게 떠들썩한 위작 사건은 그야말로 '나라 망신'이라는 자괴감이었다. 반면 위작논란은 그를 더욱 올려세웠다. 그림은 작품값이 떨어지지 않았고 경매시장에서도 낙찰총액이 급상승했다. 위작시비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5년에는 한 해 낙찰총액이 117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매년 평균 80% 이상의 낙찰률을 보이며 올해도 이우환 작품은 강세다. 다만 위작이 나왔던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시리즈는 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바람 시리즈'가 고가 낙찰을 기록하고 있다. 선들이 휘몰아치는 '바람'은 따라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현재까지 이우환 작가 최고가는 2012년 홍콩 경매에서 기록된 1977년 작 '점'으로 21억3000만원이다. '위작 논란'만 불거지지 않았어도 '김환기 독주'를 막을 '블루칩 작품'이었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이 화백은 프랑스 퐁피두센터 메츠에서의 회고전과 상하이 당대예술박물관에서의 3인 기획전에 이어 뉴욕 디아비콘 미술관에서 1년 예정으로 전시를 열고 있다. 전속화랑인 국제갤러리에 따르면 이 화백은 현재 미국 워싱턴의 허쉬혼 박물관 조각정원에서도 대규모 개인전을 열고 있다. 2020년 9월 1일까지 여는 ‘이우환: 열린 공간’전은 미국에서 최대 규모로 열리는 전시로, 박물관 야외 공간 전체를 작가 1인의 작품으로 채우는 것은 허시혼박물관이 1974년 개관한 이후 처음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표작 ‘관계항(Relatum)’ 시리즈의 새로운 조각 작품 10점과 회화 시리즈인 '대화•Dialogue' 4점을 선보였다. 대형 개인전을 잇따라 열고 있는 그를 지난 8월 미국 월스리트저널이 특집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미국 롱아일랜드의 거대한 채석장에서 돌을 찾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기사는 채석장을 빠르게 움직이며 원하는 돌을 찾았고 가끔 손으로 지시를 할 뿐 말은 별로 없었다는 이우환의 작업세계를 보여주며 돌과 바위에 집착하는 이우환의 내면속 이야기를 전했다. 이우환은 어린 시절 고향 함안에서 경험한 바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매우 맑고 오염되지 않은 냇가가 있었다. 친구들과 냇가에서 수영을 했고 자주 바위 위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위에 대한 경험은 내가 읽고 쓰기를 경험하기 훨씬 이전부터 항상 내 속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버럭 화백'의 반전같은 모습이다. 따지고 보면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가식적인 모습을 만들지 못하는 순수한 화가로 이해된다. 화를 내면 바로 표가 나는 그와의 에피소드를 전한다. 지난 2011년 현대화랑에서 개인전때다. 3m에 육박하는 하얀 화면 아래쯤에 회색의 네모난 점(대화-Dialogue)이 하나 있는 그림이었다. 노동집약적인 극사실화보다 너무나 쉬워 보이는 그림 앞에서 질문했다. "이 점은 얼마만에 그린 거에요?" 그러자 그가 순식간에 화를 냈다. 그런 무식한 질문이 어디있냐고. 얼굴이 상기된채 한 참을 바라보던 그는 손을 턱에 괴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래도 얼마만에, 몇시간안에 그리는지를 재차 물어보자, 그가 말했다. '1분이 걸릴 수 있고, 한달이 걸릴 수 있고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이우환은 절제와 공존을 지향하는 예술 세계를 펼쳐오고 있다. 그는 "세계가 인간의 손으로 변화하지 않는 사물들로 세워졌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철학은 예술의 자양분이다. 화가이며, 조각가이자, 평론가, 철학자, 문학가, 음악 애호가다. 그는 1956년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을 다녔다. ‘미학이나 사회 사상사를 튼튼하게 알아놓아야 나중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토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마르틴 하이데거, 미셀 푸코, 자크 데리나, 모리스 메를로 퐁티 등의 철학을 공부했다. 1936년 경남 함안태어나 문인으로 알려졌던 황동초(黃童樵, 동초 황견용 선생, 방랑화가, 민화가)로부터 유년기를 통해 시, 서, 화를 배웠다. 1956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중퇴하고, 1961년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교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도쿄 사토화랑에서 새로운 시도에 의한 개인전 이후 전위적인 예술 표현을 추구하면서 국제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1969년 '사물에서 존재로'라는 논문으로 일본 미술 출판사 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유네스코 미술상(파리), 호암상(서울, 2001년), 세계문화상(13th Praemium Imperiale (Painting), 도쿄, 2001년)등 여러 미술상을 수상, 2007년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Ordre national de la Légion d'honneur)을 받았다. 이 화백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신있게 말했다. "나의 그림은 끊임없는 반복의 수련가운데 무한이 숨쉬게 되고 기가 충만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림과 공간과 당신이 만나면 신기한 생명의 파장이 여울지는 설렘의 우주가 열릴 것이다." 세계를 누비며 '설렘의 우주'를 열고 있는 RM이 이우환 화백과 통한 것일까? 이우환은 자신의 행위와 외부의 주어진 사물 간의 생산적인 대화에 관심을 갖는다 "전시 공간에서 작품과 마주할 때, 아마도 당신은 긴장감과 해방감을 동시에 품고 있는 신기한 우주를 느낄지 모릅니다. 요컨대 더 높은 차원의 공간, 무한의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느낌은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고자 노력하는 관계(Relationship)에서 오는 것입니다. 저의 작업은 하나의 특성(Identity)를 재현(Present)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세계와의 만남(Encounter)과 조응(Correspondance)입니다.” "대체 이 점은, 이 돌은 뭐지?"라는 생각이 예술과 '조응'의 시작이다.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파장의 에너지가 강렬한 그의 작품세계가 '대화'를 원하고 있다.
한편 이우환 화백의 5년간 거래된 556억어치, 453점의 작품값은 뉴시스 작품가격 사이트 'K-Artprice(k-artprice.newsis.com)'에서 확인 할 수있다. 'K-Artprice’는 국내 경매사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국내외 주요작가 200명의 작품가격을 제공한다. 작가당 5년간 거래 이력이 담긴 2만2400점의 가격을 한 눈에 파악 할 수 있다. #클릭☞ K-Artprice(k-artprice.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