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드론 전쟁 시대' …사우디 피격으로 드러난 위력
95개국이 군사용 드론 최대 3만대 보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판매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30일(현지시간) 주요 석유시설 피습 이전 생산량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밝혔다. 중동 매체 더내셔널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브라힘 알부아이나인 CEO는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9월25일 생산량이 (피습) 이전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피습 여파로 꺼내 쓴 원유)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지금은 조금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부아이나인 CEO는 아람코가 현재 하루 평균 970만 배럴을 생산하고, 이중 70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9월14일 사우디 동부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은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다. 이 공격으로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57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 세계 산유량의 약 6%에 달하는 규모다. 사우디는 석유시설 피습에도 수출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재고분을 푸는 것은 물론 다른 산유국으로부터 원유 수입도 타진하기도 했다. 알부아이나인은 이와 관련해 "(아람코는) 단 한건의 선적도 누락하거나 취소하지 않았다"면서 "현재는 석유시설이 정상 가동돼 대체 원유를 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사우디는 파손된 장비를 수리하고 생산을 정상화하는데 최대 8개월, 복구 비용으로 수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내외부 전망에도 피습 직후 3주 이내 석유시설 가동을 재개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아람코 CEO인 아민 나세르는 9월말까지 생산량이 위기 전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우디가 서둘러 외부에 주요 석유시설 정상화를 선언한 것은 이번 피습으로 아람코의 재정 건전성과 사우디의 국가 경제가 악화될 수도 있다는 국제 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고 국가적인 일정차질을 걱정하게 한 것은 10여대의 드론이다. 누가 공격 주체인가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리지만 드론이 이번 공격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견이 없다. 드론은 탄도미사일이나 전투기 등 기존 무기체계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운용도 쉬운 편이다.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석유시설 가동이 중단되고 국제 원유시장이 타격을 받은 데에서 볼 수있듯, 전술적 효과는 결코 낮지 않아 각국 정부군 또는 무장 세력들이 자신들의 군사활동에 드론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사우디 피습 사건의 배후를 자처하는 예멘 후티반군은 정부군과 내전에 많은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후티반군은 지난 1월 아덴항 인근 정부군 퍼레이드 행사장에 폭탄을 탑재한 드론을 띄어 정부군 고위 사령관을 포함한 군인 6명을 살해했다. 당시 공격으로 휴전협정이 중단됐다. 후티반군은 정부군을 도와 예멘내전에 개입 중인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한 드론 공격도 수시로 단행해왔다. 후티반군은 지난 5월 양국에 개입을 중단하지 않으면 양국 군사시설과 정유시설, 공항과 항만 등 필수시설 300곳을 공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대부분의 공격은 양국 방공망에 의해 요격됐지만 일부는 방공망을 뚫고 정유시설과 공항, 송유시설에 피해를 주는데 성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유엔 예멘 전문가위원회 등에 따르면 후티반군은 소형 감시용 드론은 물론 시속 150마일(약 241km)로 900마일(1448㎞)을 날 수 있는 대형 드론 운용 능력까지 갖고 있다. 사우디와 UAE 수도를 비롯한 걸프 대부분이 사정권이다.
후티 반군은 해상 공격에도 드론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기자들에게 후티반군의 일명 '드론 보트'를 공개한 바 있다. 원격으로 조정되는 이 배에는 폭탄이 실려있었지만, 폭발에는 실패했다. 후티 반군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해상 교통로 중 한 곳인 예멘 인근 해상의 선박을 목표로 한 드론도 띄우기 시작하면서 미국 관리들은 지역 상업용 선박과 미군 선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정책연구소(FPRI)는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드론을 낮은 비용과 기술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비대칭 무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가격이 싸고 제조와 운송이 용이하며 운용 과정에서 지원과 물류가 거의 필요하기 않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발사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어야 한다. 실제 사우디와 UAE는 드론 요격 체계 구축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 바드대학 드론연구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95개국이 보유한 군사용 드론 숫자에 대해 최소 2만1000대, 최대 3만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또 군사용으로 이용되는 드론은 모두 171개 유형이며 58개국에서 268개의 군사용 드론 부대가 편제돼 있다고 밝혔다. WSJ는 드론은 흔히 구할 수 있는 값싼 상업용 부품을 사용해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탄도미사일처럼 부품 수급이나 기술 이전을 막기 어렵다면서 드론이 전 세계 분쟁의 변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이란이 세계 최대 드론 강국이 됐다'는 기사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예멘과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 전역으로 드론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동맹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