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화끈 결정에 '반색'…통신 3강 체제 재편 8부 능선 넘었다
더군다나 통신 3사가 당초 우려했던 결합판매 제한·알뜰폰 분리매각 등의 조건을 붙이지 않았다. 약 3년 전 공정위가 독과점을 이유로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를 불허한 것에서 전향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통신업체는 반색하며 앞으로 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M&A 심사 절차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향후 정부의 M&A 절차가 마무리되면 덩치를 키운 통신사들 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며 서비스 질이 올라가고, 더 나아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거대 미디어 업체에 맞설 경쟁사로 성장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정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등 두 건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공정위가 내건 승인 조건은 ▲물가 상승률을 초과하는 수준의 케이블 TV 수신료 인상 금지 ▲8레벨잔류측파대(8VSB) 케이블 TV 가입자 보호 ▲케이블 TV 전체 채널 수 및 소비자 선호 채널 임의 감축 금지 등이다. ◇"결합판매 제한·알뜰폰 분리매각 등 우려한 승인 조건 없어" 이에 양 통신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반겼다. 공정위가 승인해줄 것은 예상했지만 붙일 조건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았는데 우려했던 조건들이 붙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CJ헬로 유통망에서 LG유플러스 IPTV를 판매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상호 유통망에서 상품을 판매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교차판매 금지 조건을 공정위는 달지 않았다. CJ헬로의 알뜰폰 사업 분리 매각 조건도 빠졌다.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가 이통사를 견제하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독행기업'임에 따라 LG유플러스에 인수되면 자칫 알뜰폰 시장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됐으나 이 역시 기우였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정위의 이번 결합 심사는 당초 우려했던 내용이 모두 제거돼 양 사업자에게 모두 유리하게 결정이 내려졌다"라고 평가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도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지만 기존 케이블TV 가입자 등 소외될 수 있는 이용자를 잘 보호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는, 즉 사실상 조건이 없는 승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화끈하게 의결 결과가 나왔다"라고 풀이했다. 실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이번 M&A 심사 결과에 대해 "방송·통신의 융합이라는 산업 발전의 대세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신속히 심사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라고 설명했다.
◇ "과기부·방통위 연내 최종 승인 기대↑" 공정위 결정이 발표되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내놓았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은 IPTV와 케이블TV의 성장을 도모하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협력 기업과 상생함으로써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감안한 공정위의 전향적 판단을 존중하며, 과기부·방통위 인허가 승인 취득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LG유플러스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하며, 조치사항에 대해서는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유료방송 시장은 물론 알뜰폰 시장에 대해 공정위가 판단한 바와 같이 경쟁이 활성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또 "소비자 선택권 확대뿐만 아니라 투자 촉진 및 일자리 안정화에도 기여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향후 과기부와 방통위가 이번 공정위 의결 결과를 바탕으로 인수 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미디어 시장의 빠른 변화에 맞춰 지체하지 않는다는 기조임에 따라 연내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양사의 M&A 최종 승인권을 가진 최기영 과기부 장관은 지난 10월 18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건에 대한 정부 판단이 많이 늦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M&A 건에도 최 장관의 시각은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남곤 연구원은 "공정위 심사 결과가 원만하게 마무리된 만큼 과기부와 방통위 심사도 별다른 이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르면 연내 심사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T 독주에서 통신 3사 경쟁 체제로 정부의 승인 절차가 완료되면 인터넷TV(IPTV)와 케이블 TV로 나뉘어 '1강 4중' 체제였던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주도하는 통신 3강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유료방송시장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KT가 점유율 31.5%(KT스카이라이프 포함)로 압도적인 1위이다. 이어 ▲2위 SK브로드밴드 14.4% ▲3위 CJ헬로 12.1% ▲4위 LG유플러스 11.9% ▲5위 티브로드 9.9% ▲6위 딜라이브 6.5% 등의 구조이다.
유료방송시장이 케이블업체에 비해 자본력이 좋은 통신 3사 체재로 바뀌면 콘텐츠 서비스 투자가 늘어 소비자들이 질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 나아가 통신과 방송의 경계가 무너지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통신 3사가 이번 M&A를 통해 규모를 키울뿐 아니라 경쟁력을 키워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글로벌 온라인동영상기업(OTT)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간 정부 M&A 심사와 규제 완화가 늦어지면서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구글,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사업자들이 파죽지세로 점령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 정책 불확실성에 속 타는 KT…'딜라이브 인수' 어쩌나 한편으론 통신사 체제로 케이블TV 업체의 귀속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유료방송 사업자 1위인 KT는 더욱 속이 타게 됐다. KT는 서울 지역 최대 케이블TV 기업인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지만 정책 불확실성으로 발목이 잡혀있다. 유료방송시장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2015년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33.3%)을 넘지 못하도록 한 합산 규제가 작년 6월 일몰됐지만 국회가 아직도 재도입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T는 지난달 조회공시 요구에 "유료방송사업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딜라이브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시장 합산규제 안건도 국회가 하루빨리 방향을 잡아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