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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알못]현금없는 사회, 정말 올까요

등록 2020-02-24 14:34:40   최종수정 2020-03-02 09: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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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지금 지갑 속에 현금이 들어있나요. 아예 지갑을 안들고 다니는 경우도 많죠. 신용카드를 뛰어넘어 각종 '페이(PAY)' 서비스나 'QR코드'와 같은 전자결제가 익숙한 환경이 도래하면서 예전보다 현금을 사용하는 일도, 들고 다니는 일도 드물어졌습니다. 택시를 타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결제할 수 있고, 배달 음식을 시켜도 앱에서 결제가 가능해 현금을 직접 건네지 않아도 되니까요. 불과 5~6년 전 각종 페이 서비스가 쏟아지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자결제 서비스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퍼질지 몰랐을 겁니다.

자연스럽게 현금이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계지출 중 상품·서비스 구입금액에 대한 현금결제 비중은 지난 2018년 기준 19.8% 정도였다고 합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현금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결제한 비중이 80% 정도에 달한 것이죠. 현금없는 사회에 대한 국제적 정의는 없지만 비현금 지급수단을 사용하는 비중이 90%를 넘으면 현금없는 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도 현금없는 사회가 코 앞까지 다가온 셈입니다.

현금없는 사회로 이미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바로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등입니다. 한국은행이 최근 이들 3개국의 '현금없는 사회 진전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스웨덴의 경우 2018년 현금결제 비중(거래 기준)이 13% 정도에 불과할 만큼 진전 속도가 빨랐다고 합니다.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화폐발행잔액 비중도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웨덴은 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6.9%)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뉴질랜드(2.1%), 영국(3.9%)도 대체로 낮았습니다.

그런데 이들 국가에서 예상보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은행들이 현금공급 창구인 지점과 ATM을 대거 없애고 나선 것입니다. 현금 수요가 줄어들면서 은행들이 굳이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현금을 취급해야 할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1522곳에 달하던 스웨덴의 현금취급 은행지점은 2014년말 733곳으로 대폭 줄어들게 됐습니다. 4년 만에 절반이 사라진 것이죠. ATM 숫자도 스웨덴에서 2011년 이후 7년새 33.2% 급감했고, 영국과 뉴질랜드에서도 각 23.4% 29.0%씩 줄었습니다.

현금을 아예 거부하는 소매점까지 늘어났습니다. 화폐를 취급하는 곳이 줄어들고, 화폐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면서 소매점에서도 현금 거래를 점점 꺼려하게 된 것이죠. 불똥은 취약계층에 튀었습니다. 모바일 지급결제 수단 이용이 어려운 고령층과 장애인, 저소득층, 벽지지역 거주자들이 소비 활동에 상당한 불편을 겪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겁니다. 그러다보니 현금없는 사회에 대한 부정적 입장은 점차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5%는 현금없는 사회에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금 이용이 줄어 결국 자취를 감추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래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화폐발행잔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당장 현금없는 사회가 들이닥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언젠가는 현금없는 사회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현금없는 사회가 불러일으킬지 모르는 부작용에 미리 대비해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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