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그린 '우리, 저마다의 이야기'...천위쥔 韓 첫개인전
아라리오갤러리, 회화·드로잉·조각등 30점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해할 수 없는 텍스트를 사용해 모호하고 불확실한 관람의 경험을 주고자 한 것이다. 이 또한 작품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회 현상이라도 우리는 전부 다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새해,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 중국 작가 천위쥔(44)은 "한국 관람객들이 한문으로 된 텍스트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알면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중국 신문지에 인물등을 그려넣은 드로잉 작품이 눈길을 끈다. 정보의 홍수속에 갇힌 현대인 같은 모습으로, 감정을 숨길수 있는 언어(텍스트)위에 사람을 그려 넣어 흥미롭다. 캔버스 대신 신문지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다. "그것은 신문지 기사의 한 단어가 될 수도 있고 특정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신문은 세계의 축소판이자, 한 나라의 모든 것이기도 하다. 신문을 작품의 재료로 차용해온 이유다. 천위쥔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라며 "내가 자라온 환경과 내가 성장하며 만난 주변 사람들 모두가 나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회화, 드로잉, 콜라주, 조각등 신작 30여점을 들고 내한한 작가는 서울 삼청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 작품을 풀었다.
아라리오갤러리 2020년 첫 번째 전시로 선보인 천위쥔은 현재 중국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유망작가다. 1976년 중국 복건성(Fujian Province)에서 태어나 상해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미술대학인 항저우 중국미술학원을 졸업했다. 대만 아시아 아트 센터(2018), 상해 9m2 뮤지엄(2015)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21년 상해 롱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작품은 프랑스 DSL Collection, 상해 롱미술관, 홍콩 M+ 미술관과 같은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고, 아라리오갤러리 전속작가다. 신문지에 드로잉을 한 작품처럼 전시 타이틀은 '우리, 저마다의 이야기'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중국 사회의 모습을 스펙타클하게 풀어냈다. 중국의 근대화와 서구화를 겪으며 변화해온 개인과 공동체의 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비평적 시선이자 고찰이다. 이외에도 추상화한 인물의 형태를 3D 프린팅 기법을 활용해 만든 대리석 인물 조각에는 작가가 살아오며 관찰해온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관람객과 작품을 연결시키기 위해 콜라주 기법을 택했다. 지하에 전시된 '11㎡ 공간 (Space of 11 Square Meters)'은 신문지와 전통 한지, 먹과 아크릴이 절묘하게 섞인 작품이다. 뒤틀린 공간의 구성과 어지러운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삶의 터전이자 작가의 작업에 핵심 개념인 ‘집’이 보이는데, 여기에는 고향의 집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작가 본인이 체험한 이주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사를 다닌다. 집이라는 물리적 환경의 변화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나아가 이주로 인해 민족, 국가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지점 그 자체를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개인, 사회, 문화의 정체성이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집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을 넘어 서울까지 진출한 그는 아시아성, 아시아 미술의 정체성을 "국가의 경계가 아닌 공동체적 의식"이라고 여긴다. "여러 문화가 혼재하는 환경에서 자라왔고, 이런 다른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다." 그래서 작품은 장르의 경계도 없다. 회화와 콜라주 설치 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확장 작업한다. 천위쥔의 '우리 저마다의 이야기'는 사회와 국가간의 경계가 확장되고 재맥락화하는 오늘날, 현대인의 정체성과 변화하는 아시아의 지형도에 대한 흥미로운 시대 감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2월22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