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돈가방 쟁탈전보다 전도연 존재감...'지푸라기라도···'
신예 김용훈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돈 가방 쟁탈전'이라는 뻔한 소재로 평범한 인간들이 욕망 앞에서 어떻게까지 변모할 수 있을지를 그렸다. 과거 많은 영화를 답습하는 듯한 이런 소재와 스토리는 김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만나 흥미진진한 영화로 탄생했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돈 가방을 따라', '각 인물의 사연을 따라' 시차를 달리해 진행되는 플롯이다. 영화는 이러한 교차 편집을 통해 순차적으로 진행됐으면 반감됐을 수도 있는 영화의 몰입도를 최고치로 끌어 올린다. 너무 복잡하게 꼬으면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고, 뻔하게 흐를 경우 지루함을 더할 수 있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영화가 진행되기에 가히 탁월한 연출력이라 할 만하다. 영화는 누군가 한 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중만(배성우)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야간 사우나에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우나 락커에 가방을 숨긴 이는 사라지고, 마스터키로 락커를 확인하던 중만은 가방을 발견한 뒤 그 안에 거액의 돈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에 시달리는 항만 공무원 태영(정우성),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힘겹게 이어가는 중만(배성우),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전도연). 여기에 고리대금업자 박사장(정만식),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신현빈), 불법체류자 진태(정가람), 가족의 생계가 먼저인 영선(진경), 기억을 잃은 순자(윤여정)까지. 모든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앞서 언급한 그의 연출 방식은 거장 감독 가이 리치를 연상시킨다.
영화가 선정성을 최대한 배제하려는 노력 역시 빛난다. 영화는 살인, 폭력 등의 소재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해당 장면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최소화했다. 감독은 이러한 장면들 없이도 감독이 원하는 살인, 폭력 등의 소재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한편 적나라한 신들을 꺼리는 관객들도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에 대해 김용훈 감독은 "안 보여주는 것이 더 공포스러울 수 있고, 강렬할 수 있다"며, "관객들이 힘겨워하지 않고 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네 케이스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최근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19일 개봉, 상영시간 108분, 청소년 관람불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