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드라큘라 없는 공연계, 암흑속으로
4월 대형뮤지컬 잠정중단으로 매출 급감19일까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생활방역 전환 이후 재개시점 고민
12일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뮤지컬은 28편이 175번 공연을 해 4억6516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뮤지컬 매출은 7억7140만원이었다. 절반가량이 떨어진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과 '드라큘라'는 1일부터 공연을 잠정중단했다. 지난해 6월 데이터 전송 의무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개정 공연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같은 해 4월 1~11일 뮤지컬 매출은 15억원으로, 이와 비교하더라도 이달 1~11일 뮤지컬 매출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달 1~11일 공연계 총 매출은 뮤지컬 포함 5억8478만원이다. 아직까지도 뮤지컬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9.5%로 절대적이다. 지난 3월 공연 매출 91억3641만원 중 뮤지컬 매출은 80억8873만원으로, 해당 월 공연 전체 매출의 88.6%를 차지했다. 가격대별로 살펴보면 대극장 좌석인 10만원 이상은 67.0%였다. 이달 1~11일 10만원 이상 티켓의 매출은 2%에 불과하다. 7년 만의 월드투어로 큰 관심을 받았던 '오페라의 유령'과 김준수·류정한을 앞세운 '드라큘라'의 파괴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가 19일까지 2차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함에 따라 공연계도 동참해 공연의 잠정 중단 기간은 늘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14일까지였던 중단 일정을 22일까지 추가 연장했다. '드라큘라'는 12일까지였던 공연 중단 기간을 19일까지로 늘렸다. 대형 뮤지컬은 아니지만 마니아를 보유한 대학로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지난 7일부터 19일까지 공연을 일시 중단했다. 함부로 공연을 재개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정부가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한다면 공연계는 서서히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상황을 겪은 뒤 공연장은 방역 체계를 더 강화하고 있다. 건강과 직결된 상황이라 끝까지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관계자들에게 공연 자체는 생계와 직결된 만큼 마냥 중단하라고만 강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뮤지컬은 우리 공연계 성장을 이끌어왔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19 공연예술실태조사'(2018년 기준)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공연시장 매출액은 2017년 8132억원보다 1.2% 늘어난 8232억원이었다. 이 중 뮤지컬이 2180억원으로 전체의 55.7%를 차지했다. 또민간 기획사의 단일 매출액(3476억원)이 공연시설 전체 매출액(3395억원)을 넘어서 인프라 위주의 공연시설이 주도했던 공연시장 판도가 민간 콘텐츠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음이 파악됐다. 국내 공연 티켓 예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인터파크가 지난 2월 발표한 지난해 결산 자료에 따르면 뮤지컬은 2017년부터 3년간 연평균 3.7% 성장해왔다. 그런데 뮤지컬은 공연 중 상업적인 장르로 여겨져 국가적 재난에 따른 공연계 피해보상에서 항상 뒷전에 머물러온 상황이다. 자본이 집적된 장르라는 인식 탓에 국가적 재난에 피해를 입어도 호소할 곳도 따로 없었다. 하지만 상당수 인력이 집적돼 있는 장르인 만큼 코로나19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코로나19 같은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협회 등의 차원에서 매뉴얼을 만들어 정부의 지원 등을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유리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뮤지컬은 공연계에서 별도 장르처럼 여겨져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뮤지컬의 산업적 특성을 분명히 하고,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