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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봄날, 오늘은 선물"...'노은님의 그림 낚시'

등록 2020-04-29 06:00:00   최종수정 2020-05-11 10: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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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 한남 29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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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함께 노는 봄, 2009, Acrylic on canvas. 사진=가나아트 제공. 2020.4.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함께 노는 봄'. 사회적 거리두기 탓일까. 두달여간 멀리했던 '함께 노는'이라는 작품 제목이 어색하게 다가온다. 그래도 알록달록 화사한 색감이 '코로나 블루'를 누르고 기분을 튕겨오르게 한다.  

동화같은 그림으로 순수함의 스위치를 누르게 하는 노은님(74)화백의 개인전이 서울 이태원 가나아트 한남에서 29일부터 열린다. 

2019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와 가나아트 한남에서 대규모 개인전에 이은 전시는 고국을 떠나 독일에 자리 잡은 지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마련됐다.(파독 간호사 출신 화가로 유명하다)
 
'노은님의 그림 낚시'를 주제로 10호에서 30호 사이의 소품 회화들을 선보인다. 

전시명은 작가가 2019년에 열렸던 개인전 간담회에서 나누었던 대화에서 따왔다. 

“저는 마음먹고 억지로 하면 그림을 못 그려요. 붓을 잡아도 뭐가 나올지 잘 몰라요. 낚시꾼이 어느 때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고, 어느 날은 많이 잡잖아요. 그림도 그래요. 낚시꾼은 그저 바다에 나서서 많이 잡히면 잡히는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다음 날을 기대하며 살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저 아침에 눈을 떠서 캔버스에 점 하나 찍는, 그 자체가 중요한 삶을 살죠.”

그림이 낚이길 기다리는 낚시꾼과 같이, 하루의 시작을 그림으로 여는 작가가 낚아 올린 생명력 넘치는 그림들이 가나아트 한남의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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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가나아트 한남, 노은님 개인전. 사진=가나아트 제공.2020.4.27. [email protected]

원형 또는 육각형의 셰이프드 캔버스(Shaped Canvas)가 눈에 띈다. 고양이, 물고기, 새와 꽃 등의 자연물이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표현된 회화들은 노은님 특유의 과감한 필획과 원색에 가까운 총천연색들로 생명의 기운이 약동한다.

작가는 생명의 기운을 '점'을 찍어 시각화하는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점'은 곧 눈(目)이다.

어느 날 수족관에서 장님 물고기를 보고, 자신의 그림 속 생명체들에 눈이 없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작가는 눈을 그려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했고, 이러한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노은님이 사랑해 마지않는 자연물들로 재탄생했다. 작가가 자신의 옷과 신발에 점을 찍고 이를 입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의 행동으로, 그의 삶을 미술에 가까이, 그리고 생명력이 충만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회화와 함께 전시되는 모빌 조각을 통해 노은님은 평면 회화 속에 그린 창조물들을 3차원의 공간으로 불러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빌은 움직이는 조각으로서, 자연(바람)과 상응하는 동시에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회화 속 간단명료한 붓질을 그대로 옮긴 듯, 그의 모빌은 단순한 선만으로도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이며, 공간에 부드러운 율동감을 선사한다.
 
“인생의 숙제를 푸는 데 그림은 나에게 도구였으며 길이었습니다. 그 속에서는 나는 나를 태우고, 녹이고, 잊고 들여다보았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전쟁터의 병사처럼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풀밭에서 뛰노는 어린아이 같아야 합니다”

세상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아이의 눈을 가지는 것, 그것이 작가가 말하는 '그림 낚시'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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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즐거운 봄날, 2003, Acrylic on canvas, 20 x 30 cm. 사진=가나아트 제공.2020.4.28. [email protected]

전주 출신으로 독일로 건너가 간호사로 일하다 무작정 그린 그림이 독일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후 함부르크 국립 미술대학에 입학해 실컷 그림을 그렸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함부르크 미대 교수가 된 입지전적인 화가다.

50여 년간 예술로 찬란한 삶을 살아낸 그는 항상 "살아있음에 감사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는 두 눈이 있고 마음대로 무엇이든 만질 수 있는 두 손이 있으며 가고 싶은 곳에 데려다주는 두 발이 있고 그 모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우리에게는 편안함과 감사함이 중요합니다. 눈 떴는데 아직도 하루가 있으면 감사한 거예요. 어떤 일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편안한 세상이 됩니다. 어제는 과거이고 내일은 미래이고 오늘은 선물입니다. "

코로나 시대, '오늘은 선물'이라는 그의 말이 새삼 각인된다. 감사한 마음으로 '즐거운 봄날'을 천진난만하게 담아온 전시는 5월 24일까지 이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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