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분석] 어디서 큰 돈 나오나
올해들어 31조 순매수…증시대기자금 156조 넘어제로 금리에 여윳돈 증시 자금으로 활용도 늘어나[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올해 들어 역대급 매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막대한 자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와는 달리 개인은 증시 및 종목 주가 하락을 기회로 삼고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모두 받아내는 것은 물론 추가 투자까지 하고 있다. 개인의 투자 금액은 부동산 처분 자금, 여윳돈, 신용대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인 매수세가 'Sell in May'(5월에 팔아라)라는 속설에도 불구하고 이달에도 유지될 지 주목된다. ◇올해들어 31조 순매수…증시대기자금 156조 넘어 개인은 올해초부터 4월말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24조3798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4조9374억원의 순매수 우위를 보였다. 올해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29조3172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으며 지난 4일 1조7000억원의 순매수 금액과 합치면 약 3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부은 것으로 계산된다. 개인의 실탄은 이게 끝이 아니다. 언제든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42조7263억원에 달하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금액은 47조7198억원 수준이다. 이외에도 증시 주변자금인 파생상품거래예수금 11조9835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77조337억원, 위탁매매미수금 2169억원, 신용융자잔고 9조434억원, 신용대주잔고 39억원, 예탁증권담보융자 15조4967억원 등이 있다. 즉 개인은 언제든 주식을 살 수 있는 금액으로 90조4461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달 말 기준으로 증시주변자금은 156조5044억원에 달한다고 계산된다.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 꺾여 자금 유입 가능성↑ 도대체 이렇게 많은 돈은 어디에서 흘러들어왔을까. 먼저 개인의 막대한 재원 마련 중 상당수는 부동산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고가 주택 구매 시 대출 규제 강화, 자금 출처 소명, 보유세 및 공시가격 시가 반영률 강화 등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부동산 투자에 대한 메리트를 낮춰 자금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3월 발표된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15% 올랐고 그 결과 가구의 보유세 증가폭은 상한선인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고 있는데 보유세는 늘어나고 있어 부동산을 정리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여당의 4·15 총선 압승으로 인해 고액자산가들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것도 부동산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늘어나는 세금이 부담인 상황에서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자 부동산을 팔고 여윳돈을 증시로 옮겨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증시로 흘러들어온 부동산 자금은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안정적인 투자 방법으로 랩어카운트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들어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1월과 2월 각각 2조3035억원, 2조866억원 증가했다. 변동성이 심화된 3월과 총선 이후에는 랩어카운트로 향한 자금이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로 금리에 여윳돈 증시 자금으로 활용도 늘어 일부 개인들은 보유하고 있는 여윳돈을 빼서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 수준까지 내린 이후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정기예금과 적금 금리는 1~2% 안팎을 형성하고 있는 중이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더라도 큰 이자 수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여윳자금을 활용해 주식 투자에 나선 이들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3월 정기 예·적금 해지액 규모는 7조738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월과 2월 해지액이 각각 5조원대 수준을 기록했는데 3월들어 예·적금 해지액 규모가 2조원 가량 크게 뛴 것이다. 3월까지 약 18조원에 달하는 예·적금 해지액 중 일부가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와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히는 삼성전자 종목을 다수 사들였다는 추론이 나오는 이유다. ◇여윳돈 없으면 빌려서라도 투자 인생 역전을 노린 2030세대를 비롯해 중장년층까지 여윳돈이 없는 이들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거나 증권사에서 투자 자금을 빌리면서까지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의 '2020년 3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개인의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3조3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월 1조5000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한은은 같은 달 증권사 투자예탁금이 지난달 12조원 증가한 점 등을 미뤄볼 때 코로나19 여파로 폭락한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개인의 신용대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5대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도 3월에만 2조2408억원 증가해 3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13조1194억원을 찍었다. 또 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의 3월 한달 카드론 취급액도 전월 대비 26% 늘어난 4조3242억원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지난 3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올해 초 9조2132억원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 1월말부터 2월초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3월초 중순까지 10조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후 폭락장세가 나타나며 반대매매로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6조4000억원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다시금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9조원대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다. ◇증권가, 부동산·예금 매력 하락…배당 매력 높아져 증권가에서는 0%대 금리 환경과 부동산 규제가 지속될 경우 고액 자산가들이 배당을 노린 자산가들의 자금 이동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금 뿐 만 아니라 3기 신도시 보상금 등 신규 자금 유입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극단적 저금리 시대에 돌입함에 따라 투자 자산으로 예금의 매력도는 빠르게 축소되고 있는 반면 배당 수익 확보 차원에서 주식 투자에 대한 니즈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원은 "최근 KB국민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0.95%에 불과한데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예금 상품의 수익률은 0%대 진입이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배당 수익률은 3.3%에 달해 배당 수익 확보 차원에서 주식 투자 니즈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와함께 "정부의 연이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안도 개인 자금을 부동산에서 증시로 이동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비 우호적인 주식시장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의 규제 온도차도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7년, 2009년에 2기 신도시 보상금 일부가 증시에 유입되기도 했다"며 "3기 신도시 보상금은 2020년부터 5년에 걸쳐 풀리는 데 토지보상금 중 일부가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 코로나19로 인한 상업용 부동산 수익성 약화 전망, 세계 증시 변동성 진정 이후 가격 매력 증가로 보상금의 증시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