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호준 "내 음악, 효명세자 정재, 쉽게 볼수 있는 길잡이"
소설가 황석영 아들...국립국악원 '동궁-세자의 하루' 작곡23~24일 예악당 공연...티켓은 매진
효명세자는 대리 청정 기간 동안 크고 작은 궁중 연향을 주최했다. 새로운 궁중무용과 시를 만들어 선보였다. 예술을 통해 왕실의 위엄을 드러내고, 백성과 함께 예술을 나누고자 했던 '애민(愛民)'의 마음을 드러냈다. 국립국악원이 23~24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이는 기획공연 '동궁-세자의 하루'에서 효명세자의 일상과 예술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세자 시절 머물던 '동궁'에서 일어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9가지의 궁중무용과 이를 바탕으로 한 창작 무용 등 10가지 춤을 배치했다. '2019 대한민국작곡상' 최우수상에 빛나는 황호준 작곡가가 음악을 맡았다. 봄날의 꾀꼬리가 노는 것을 보고 만든 '춘앵전', 궁중과 민간에서 역신을 물리치기 위해 행했던 '처용무', 신라의 뱃놀이에 기원한 것으로 여령들이 밧줄을 잡고 겹으로 둘러서는 '선유락'만 기존 정재에서 사용하는 음악을 썼다. 나비의 날갯짓을 표현한 '박접무'을 비롯 '포구락', '학무', '영지무', '무고', '선유락', '향발무' 등을 비롯 60분 남짓한 극에 사용되는 음악은 모두 황 작곡가가 만들었다. 최근 국립국악원에서 만난 황 작곡가는 "효명세자는 평소 시를 많이 쓰고, 정재 안무도 직접 했어요. 음악 의식에서 연출가를 맡기도 하면서 문화예술 쪽에 남긴 업적이 많다"고 말했다.
수많은 학원을 다니며 바쁘게 학업을 이어가는 요즘 학생들의 일상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하는 왕자의 삶에 숨통을 틔워주는 선율들. 대금, 피리, 해금, 소금, 아쟁, 가야금 등을 기반으로 생황, 대피리, 태평소 등으로 구성된 10인조 앙상블이 때로는 아정하게 때로는 모던하게 때로는 율동감 있게 극을 흐르게 하고 춤을 소개한다. 부부인 한 작가·서 연출과는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등을 통해 여러 번 합을 맞춰온 만큼 이번에도 호흡은 유기적이었다.
음악이 모던하고 쉬운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쉬울수록, 작곡은 더 어려운 법. 어려운 음악 특정한 틀을 만들면 되는데, 쉬운 곡은 풀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통한 목표는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정재를 쉽게 보게끔 하는 음악, 다른 하나는 효명세자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음악이었죠." 또 이번 '동궁-세자의 하루'에서 음악적으로 특별한 점은 정가·판소리·경기민요, 우리의 전통 성악 3개의 가창이 한 극에서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효명세자 역은 젠더프리 배역으로 정악단의 가객 박진희가 맡아 정가 창법으로 노래한다. 극의 흐름을 안내하는 '도창'은 민속악단의 소리꾼 천주미가 남도소리 창법(판소리)을 들려준다. 궁녀 역을 맡은 민속악단의 채수현과 김세윤은 경기민요 창법으로 노래한다. 콘서트가 아닌 극 형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에서 3개의 가창이 동시에 이어지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황 작곡가는 "우리의 전통소리를 하나로만 떠올리기 쉬운데 다양한 소리, 다양한 느낌, 다양한 창법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극에서 다양한 가창의 가능성을 각각 볼 수 있기를 바랐죠. 배역이 갖고 있는 성격과 캐릭터를 드러내는 극적 재미도 의도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1982년 2월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영혼 결혼식 이후 같은 해 4월 황 작가를 중심으로 지역 문화운동가 10명이 추모 노래극 '넋풀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만들어졌다. 작곡가 김종률의 멜로디에 백기완의 '묏비나리' 일부를 차용한 황 작가의 가사가 더해졌다. 황 작곡가는 어린 시절에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슴 한켠에 음악의 싹을 키워왔다. 그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모티브로 삼은 창작 관현악 '님을 위한 서곡-빛이 있는 마을'을 작곡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에피소드로 기억되는 것이, 모두가 기억하는 역사가 되면서, 예술의 시간이 쌓이는 총체적인 과정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회적으로 예술가의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해왔죠. 개인의 욕망을 사회적인 역할로 환원해 내면의 성찰로 가져가는 것에 대해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효명세자의 개인적인 마음에서 출발한 애민의 궁중무용이 약 200년이 지나 역사적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말이다. 효명세자가 바랐던 것처럼 궁중무용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춤이 됐다. 생활 속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객석 띄어 앉기를 시행해 회당 200명까지 관람할 수 있는데 이미 티켓은 매진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