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언택트 시대에도 접촉은 필요하다…'품어야 산다'
김병효 우리자산신탁 상임고문 에세이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독일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본 알레포 방이 생각난다. 거실 천장의 높이는 2.9m, 그런데 의외로 출입문 높이는 낮았다. 1.5m 정도였다. 그 당시 사람들의 키가 그토록 작았을까. 사람이 드나들 때마다 낮은 자세로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문틀에 머리를 부딪칠 수밖에 없다. 늘 자신을 되돌아보며 경솔함과 교만한 태도를 버리고 겸손한 마음을 견지하려는 상인의 지혜가 담겨 있는 듯하다.' 김병효 우리자산신탁 상임고문이 에세이 '품어야 산다'를 출간했다.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김 고문의 두 번째 책이다.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 일간지에 실었던 '경제와 세상' 칼럼을 모았다. 당시 저자는 필진 요청을 받았을 때 정중히 거절했다고 했다. 결국은 수락했는데, 경제 현안의 진단과 제언보다는 경제활동을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품어야 산다'에는 사람 향내가 스며있다. 전작 '봄날이었다'에서 가족과 친지, 친구 등 가까운 이들을 향했다면 '품어야 산다'는 이주민, 보호아동, 다문화가정 사람들, 장애인, 빈곤한 노인 등 사회적 이웃을 향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과 식견에서 비롯되는 시선들은 책으로 엮이면서 시와 만났다. 본문 뒤에는 27편의 시 전문이 실려 있다. 각 칼럼과 연결된 작품들이다. 박노해 시인의 '거대한 착각', 노원호의 '행복한 일', 공광규 '속빈 것들', 윤제림 '봄날에' 등의 작품은 앞서 읽은 본문에 담긴 저자의 정서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를 사랑하는 저자가 꼽은, 일종의 엄선된 작품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가 언택트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접촉을 강조한다. 물리적 접촉이 아닌 정서적 접촉이다. 비대면 사회에서 물리적인 거리를 두고 접촉을 피하더라도 정서적으로는 적극적으로 터치하고 소통하고 거리를 좁히며 온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래야만 개인적으로든 사회적, 국가적으로든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소중한 공동체를 지켜나갈 수 있다고 전한다. 224쪽, 사람과 나무사이, 1만3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