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5주년' 크라잉넛 "코로나라고 멈출수 없잖아요"
8월 베스트 앨범 발매·11월에 LP로9월 '거리두기' 콘서트 예정
이것이 '펑크 정신'인가. 대화는 기승전코로나19였지만, 마냥 어둡지는 않았다.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한국 인디 신의 산증인인 펑크 밴드 '크라잉넛'의 내공이다. 최근 서교동 드럭레코드에서 만난 크라잉넛 다섯 멤버는 "우울한 날들을 다행스럽게 음악으로 버텨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크라잉넛은 코로나19로 공연이 끊긴 몇 달 동안 내달 24일 발매 예정인 베스트 앨범 작업에 몰두했다. 기존 곡들을 새롭게 녹음했다. 지난달 25일 선공개한 재녹음본 '좋지 아니한가'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업계 전체가 힘든 상황이니 고민을 내려놓을 수는 없다. 음반·음원 판매량 등 수익 구조가 다각화돼 있는 K팝 아이돌가 달리 홍대 앞 인디 밴드들은 대부분 생계를 콘서트에 의존한다. 그런데 공연 대다수가 취소돼 수익이 없어졌다. '투잡'을 하는 인디 밴드들도 상당수다. 크라잉넛은 최근 흐름인 온라인에서 우선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크라잉넛의 유튜브채널이 그것이다.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현재 레이지본, 최고은 등이 참여한 '#크라잉넛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7일 데뷔 25주년 콘서트를 유튜브에서 여는 등 무관중 온라인 콘서트도 펼쳐오고 있다. 보컬 박윤식은 "저희가 25년을 해오면서 온라인 공연은 처음 접하는 문화"라고 했다. 한경록은 "초반에 정말 어색했어요. 무엇을 하든 무반응이고, 정적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니까 좀 나아지더라고요. 팬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아가고 있어요"라고 긍정했다. 하지만 온라인 공연은 대안이지 무조건적인 정답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멤버들은 코로나19 시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드럼 이상혁은 "엔터테인먼트는 어쩔 수 없이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방심하지 않고 변화를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아코디언·키보드 김인수는 "코로나 시대에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여겼다. 한경록은 "1년 전에 공연한 록 페스티벌 무대가 그리워지는 것은 당연하죠. 앞으로 이런 공연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오싹해지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크라잉넛은 오는 9월19일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철저한 방역을 기본으로 한 거리두기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자신들의 25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11월에는 베스트앨범을 LP로도 낸다. 1995년 4월5일 서울 홍대앞 클럽 '드럭'.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의 프런트맨 커트 코베인(1967~1994)의 1주기 추모공연은 수많은 음악 관계자들이 한국 인디음악이 태동한 순간으로 꼽는 명장면이다. 당시 객석에 있던 크라잉넛 멤버들은 무대에 난입했다. 콘서트 막판에 드럭 밴드가 기타와 앰프를 부수기 시작했는데, 열혈청년이던 크라잉넛 멤버들도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줄 알고' 같이 올라와서 부쉈다. 한 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캔맥주를 향해 다이빙을 하기도 했다. 이듬해 5월 홍대와 명동 한복판에서 열린 거리 공연 '스트리트 펑크쇼'에 크라잉넛 등이 참여하면서 이를 기점으로 인디 신은 활활 타올랐다. 홍대 앞에 떠오르는 주자이던 크라잉넛은 1998년 '말달리자'가 크게 히트하면서 전국구 스타가 됐다. '밤이 깊었네' '좋지 아니한가' '매직서커스유랑단' 등 히트곡을 줄줄이 내놓았다.
25년간 힘들었을 때를 꼽아달라고 하자 박윤식은 "멤버들이 다쳐서 함께 하지 못했을 때요. 다른 세션이 와서 함께 하기는 하지만, 그 멤버만의 플레이가 함께 하지 못하니까 아쉽죠"라고 했다. 기타 이상면은 지난 4월 예정이던 미국 펑크 밴드 '그린데이' 내한공연을 꼽았다. 이 무대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다. "저희가 오프닝을 설 예정이었는데, 정말 아쉽다"고 했다. 박윤식은 지금 자신들의 심정을 대변할 수 있는 크라잉넛의 곡을 꼽아달라고 청하자 '명동콜링'을 지목했다. "생각해 보면 영화 같았지/ 관객도 없고 극장도 없는/ 언제나 우리들은 영화였지 / 보고 싶다 예쁜 그대 돌아오라 / 나의 궁전으로"라는 노랫말이 지금 시대를 반영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크라잉넛의 음악은 끊기지 않는다. 한경록은 "우리 팀은 옛날 노래만 하지 않는다"면서 "멤버들끼리 생각을 점차 공유하면서 생각하는 폭도 넓어진다"고 했다. "(헤비메탈의 대부) 오지 오스본은 3대가 함께 좋아하다고 하잖아요. 저희도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남녀노소 두루 좋아할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이번에 베스트 앨범을 준비하면서 자신들이 만들어온 음악이 좋았다는 생각도 새삼 하게 됐다. "저희는 음악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도 아니고, 연주 기교도 화려한 스타일이 아니죠. 게다가 지금은 초창기의 싱그로움도 없어졌어요. 하지만 발표해왔던 앨범을 들으니 정말 좋네요. 이번에도 저희 음악을 많이 들을 거예요."(한경록)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