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볼수록 탐나는軍…군대에만 있는 특수 장비들
육군, 인제군 무너진 교량에 간편조립교 연결해군·해병대, 상륙주교·비치매트로 해안 수송공군, 폭설 때 SE-88로 활주로 쌓인 눈 고속 제거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우리 군에는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만 있는 게 아니다. 전국 각지 군 부대에는 민간에 없는 이색적인 장비가 구비돼있다. 이런 장비들은 재해 복구 때 대민 지원을 위해 등장해 민간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달 초 집중호우로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에 있는 양지교가 무너지자 육군은 지난 12일 군 작전용 교량인 '간편조립교(MGB·Medium Girder Bridge)'를 구축했다. 육군 3군단 예하 공병여단 장병 70명과 간편조립교 20교절, 차량 23대, 전투장갑도저 등이 양지교의 무너진 40m 구간을 연결했다. 이에 따라 최대 24t까지 차량 통행이 가능해져 주민 불편이 해소됐다. 조립교는 영국군이 1943년 2차 세계대전에서 처음 활용됐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장비다. 우리나라에선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미군에 의해 조립교가 처음 실전에 활용됐다. 조립교는 강철로 만들어져 강도가 뛰어나지만 그만큼 무겁고 설치 과정이 복잡하다. 이런 구형 M2 장간조립교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간편조립교다. 간편조립교는 파괴된 교량이나 계곡의 간격을 극복하는 데 쓰인다. 간편조립교는 강철보다 가벼운 특수 경합금(고장력 알루미늄)으로 제작된다. 총 중량은 21.3t, 통과 하중은 약 60t이다. 간편조립교 구축은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다. 간편조립교 부품 중 가장 무거운 것은 '교초판'으로 길이는 3.9m, 무게는 272㎏에 달한다. 교초판을 옮기고 조립하려면 장병 6명이 필요하다. 장병 1명이 감당해야 하는 하중은 약 45㎏이다.
해군과 해병대에는 바닷가에서 쓸 수 있는 상륙주교와 비치매트라는 독특한 장비가 있다. 해군5전단이 보유한 상륙주교는 상륙 작전 시 해상에서 육상으로 군수 물자를 투입할 때 쓰인다. 상륙주교는 지진과 폭격으로 부두가 파괴된 지역이나 함정이 접안하기 어려운 바닷가에서 해안과 수송선박을 연결하는 임시부두나 교량 역할을 한다. 상륙주교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해상에서 육상으로 차량이나 구호물자를 투입해야 할 때 유용하다.
해군과 해병대가 보유한 비치매트는 차량이 모래사장을 통과할 수 있게 돕는 임시 도로다. 비치매트는 폴리프로필렌과 강봉으로 만든다. 길이는 25m, 너비는 4m다. 운동할 때 쓰는 요가 매트를 확대한 형상을 떠올리면 된다. 비치매트는 모래사장 위에 깔린다. 지반이 단단한 곳까지 여러 개 연결된다. 설치가 완료되면 사람이나 수송차량, 전차 등이 모래에 지장을 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
SE-88은 공군에서 퇴역한 전투기 제트엔진의 불꽃 배출구(후기연소기·After Burner) 부분을 특수 개조해 제작된다. SE-88은 제트엔진을 가동할 때 나오는 열풍으로 활주로에 쌓인 눈을 20~30m 밖으로 날려 버린다. 400~500도에 이르는 높은 온도로 눈을 증발시키므로 활주로 전체에 쌓인 눈을 한나절(약 3시간) 만에 제거할 수 있다. 눈이 쌓이면 비행을 중지하는 민간 공항과는 달리 공군 비행단은 24시간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해야 한다. 이 때문에 SE-88은 제설에 꼭 필요한 장비다.
공군은 대형 자석·대형 솔과 대형 진공청소기가 부착된 '활주로 청소차'도 운용한다. 대형 자석은 활주로에 떨어져 있는 쇠붙이를 제거한다. 대형 솔은 전동 칫솔처럼 돌아가면서 활주로를 닦아낸다. 대형 진공청소기는 활주로 위에 있는 이물질을 빨아들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