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알못]공모가는 누가 정하나요?
[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공모주 청약'을 빠트릴 수 없습니다. 바이오 돌풍의 정점에 선 SK바이오팜부터 국민 메신저 카카오의 카카오게임즈, 그리고 방탄소년단(BTS)을 키워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까지 굵직한 기업들의 공모 청약이 있었습니다. 공모주 청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내가 사고자 하는 기업의 '가격'입니다. 이를 공모가(공개모집가격)라고 하는데요. 공모주 청약이 유행하면서 공모주의 개념과 청약 방법에 대해서는 앞서 소개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물건을 살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하나인 가격, 공모주 청약에서는 '공모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상장 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기업공개(IPO)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때 기업은 IPO를 진행할 주관사를 정합니다. 주관사는 발행사(상장 예정 기업) 등과 협의해 희망 공모가 밴드를 정하게 됩니다. 희망 공모가는 해당 기업이 상장 주가의 하한선과 상한선이 됩니다. 그리고 이 희망공모가 밴드는 보통 주식시장에 상장된 유사종목들(Peer그룹)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의 지표를 바탕으로 정해집니다. 공모가가 너무 낮게 책정되면 상장 후 발행사의 가치가 저평가되면서 기업 가치만큼의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면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에 적정 공모가를 정하는 건 주관사와 발행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작업이지요. 희망공모가가 정해지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들어갑니다. 상장주관사에서 예상 공모가를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예측 조사를 통해 공모가를 결정합니다. 수요예측은 본격적인 공모주 청약에 앞서 기관투자자가 발행회사의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를 참조해 대표주관회사에 매입희망수량과 가격을 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발행회사와 대표주관회사의 협의 하에 확정된 공모가격을 결정한 뒤 총액인수와 공모주 청약이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공모가가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공모가 그대로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상장당일 기준가는 일반종목과 같이 8시부터 9시까지 실시하는 장전 동시호가에서 공모가의 90%에서 200%범위에서 시초가가 결정됩니다. 100%에 가격이 정해지면 공모가 그대로 상장하게 되는 것이며, 100% 이하면 공모가를 하회해서 상장하게 되는 것이죠. 최근 시장의 기대를 한껏 받은 공모주들은 200%에서 상장한 뒤 가격상한선 30%까지 오르는 '따상'(공모가의 두 배로 상장 후 상한가 진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장한 주식은 기존 종목들과 동일하게 가격상하한가 제도가 적용돼 시초가 기준 위아래로 30%까지 주가가 변동할 수 있습니다. 최근 화제몰이를 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빅히트는 13만5000원에 공모가가 정해졌습니다. 엔터기업치고는 높은 공모가가 결정된 빅히트는 위버스라는 플랫폼 사업을 이유로 peer그룹에 SM, JYP, YG 등 대표 엔터 3사 외에도 카카오, 네이버를 포함해 공모가 산정에 활용해 엔터기업치고는 높은 공모가가 책정됐죠. 엔터 3사의 주가가 3~4만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엔터업종치고는 높은 공모가를 받게 된 것이죠. 그럼에도 빅히트는 따상에 성공합니다. 27만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주가가 곧바로 30%까지 치솟았죠. 하지만 상한가 진입 후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시초가보다 4.45% 낮은 주가로 거래를 마칩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당시 주가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주관사들과 여러 기관투자자들의 판단으로 주당 13만5000원이라는 공모가가 빅히트의 기업가치를 잘 반영한 것이겠지만, 공모가가 이미 동종업계 대비 높은 공모가에서 200%로 거래를 시작하다보니 시초가가 너무 비쌌다는 게 당시 여론이었습니다.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에 공모주 투자 열풍이 불었던 만큼,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매우 컸습니다. 새롭게 증시에 상장하는 공모주 투자 시에는 더욱더 기업가치와 업계에 관한 공부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투자에 한 걸음 가까워지시길 바랍니다. ※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