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 정국 핵으로…與 선거 승부수, 野는 적전분열
민주, 김해공항 백지화 후 '가덕 특별법' 추진 발표이낙연 "거당적 지원"…발빠른 대응에 일사불란"정치적 고려 없었다" 선 긋지만 PK 민심 급반전수조원 국책사업…부산시장 넘어 대선까지 승부수국민의힘은 PK '협조' vs TK '반발'…지도부도 혼선與 꽃놀이패에 진퇴양난…당내 교통정리부터 시급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단일대오로 일사불란하게 '승부수'를 던지며 가덕 신공항 총력전에 나선 반면, 국민의힘은 부산·울산·경남(PK) 민심을 의식한 축과 대구·경북(TK)에 기반을 둔 축으로 갈리며 자중지란에 빠진 양상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발표 뒤 즉각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가덕도 신공항 추진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별법 추진 입장을 밝혔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당내 '동남권 신공항 추진단'도 설치했다. 특별법은 신공항 절차 조속 추진과 함께 신공항 부지로 가덕도를 못박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전재수 의원 등 PK 의원들이 이른바 '신공항 패스트트랙법' 사전 작업을 마쳐둔 상태여서 특별법은 이달 내 발의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대책회의에서 "나도 오래 전부터 가덕도 신공항 지지 의사를 밝혔다"면서 "거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신공항 전폭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 PK 주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여권 부산시장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동남권 신공항의 재이륙을 뜨겁게 환영한다"고 반색했다.
민주당은 가덕 신공항 드라이브를 걸면서도 '선거용 카드'라는 비판을 의식해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와의 연관성에 대해선 선 긋기에 나섰다. 이낙연 대표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김해공항 검증에 대해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영춘 사무총장은 "4년 전 정치적 결정이 엉터리였기 때문에 그만큼의 시간을 까먹은 셈"이라고 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선거 관련성을 강력 부인했다. 그는 "1년6개월 전 검증을 시작할 때 누가 내년에 보궐선거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을까"라며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그동안 진행해온 검증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선거와는 무관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내년 보선 일정 때문에 미뤄야 한다면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는 결국 발표할 수가 없게 된다"라며 "내년의 보선, 2022년의 대선을 감안하면 언제 이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또 "내년 보선 이후에 발표하면 대선을 의식한다고 또 의심할 것이고, 그때도 못 하면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끝난다"라며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는 검증 결과를 발표도 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상황이 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당 측 해명과는 별개로 수조원대 대형 국책사업인 가덕 신공항이 PK 민심을 요동치게 하는 '핵폭탄급' 이슈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일례로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등 악재가 겹치며 여당이 하락을 거듭하던 PK 민심은 최근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급반전 양상을 보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18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11월 2주차 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PK에서 민주당은 32%의 지지를 받아 국민의힘 22%를 크게 앞섰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9∼1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서도 민주당은 PK에서 30.1%의 지지율을 기록해 국민의힘 29.3%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높았다. 줄곧 국민의힘이 여당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던 PK 민심의 반전 배경은 부울경 지역 숙원이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민주당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기 때문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후 이 대표가 부산을 찾아 "부울경의 희망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연구용역비 편성 등 선물 보따리를 풀자 현장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김해공항 검증 결과 발표 직후엔 '패스트트랙'을 위한 특별법 카드가 공개됐다.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 조직적이고 거당적으로 가덕 신공항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일사불란한 여당과는 대조적으로 국민의힘은 일정한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어지러운 모습이다. 당내 PK와 TK 의원들 움직임이 판이하고, 지도부 내에서도 메시지가 엇갈린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 시장 성범죄 보궐선거'를 앞둔 표변"이라고 비판했다. 대구가 지역구인 주호영 원내대표도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과 판박이가 아닌가 한다"면서 "이 문제도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사업 변경이 적절한지를 따져보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부산 북항 재개발 현장을 방문해선 "부산 신공항에 대해 우리당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지도부가 가덕 신공항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런 김 위원장의 발언 배경에는 PK 숙원인 가덕 신공항에 어깃장을 놓았다가는 얼마 안 남은 부산시장 선거에서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임 박근혜 대통령이 TK 여론을 의식해 2016년 김해공항 확장을 결정한 만큼 보수 텃밭 지지층의 반발을 외면하고 가덕 신공항에 마냥 동조하기도 어렵다. '신공항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들의 여론은 당장 두 동강이 났다. TK 의원들이 김해 신공항 백지화에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반면, 하태경 의원을 위시한 PK 의원들은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여당과 조율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하며 호응하고 있다. 흡사 새누리당 시절 TK 친박계 의원들과 PK 비박계 의원들의 엇박자가 재현된 양상이다.
국민의힘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진퇴양난에 처한 형국이나, 어떻게든 금명간에 가덕 신공항 관련 당내 교통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꽃놀이패'를 흔들며 PK 민심을 휩쓰는 가운데 야당이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다가는 자칫 부산시장 선거 뿐 아니라 그 직후 전개될 대선 정국에서까지 주도권을 잃고 끌려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