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웃지요' 백년가게 오뎅식당의 '할머니 맛' 경영
부대찌개 재료·조리는 옛 방식 고수하되 사리 메뉴 다양화"가맹문의 빗발친지 오래지만 가맹점 낼 생각 하지 않아"간편하게 조리해 먹는 밀키트 상품 지난 4월 대형마트에
자영업자 수난 시대다. 사람을 숙주로 퍼져나가는 바이러스 창궐부터 경쟁자들로 넘쳐나며 레드오션으로 바뀐 지 오래인 골목상권까지, 이 땅의 1000만 자영업자들은 다시 백척간두의 위기에 섰다. 방역이 일상이 된 '위드 코로나 시대', 자영업 위기 탈출의 해법을 찾는 움직임은 활발하다. 하지만 뾰족한 묘수가 과연 있을까. 지난달 27일 밤 서울 영등포구의 먹자골목. “정상영업을 하면 꼭 다시 와달라”며 일행에게 공짜 커피 2잔을 건네던 골목 초입 한 커피숍 주인의 움푹 팬 눈은 이러한 고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모두 힘들지만, 길을 찾을 수 없어 막막하다. 미군부대가 주둔한 경기 의정부에서 할머니 허기숙 여사가 지난 1960년 창업한 ‘오뎅식당’을 3대째 운영하는 김민우 사장. 그도 올들어 대구에서 코로나19가 맹렬한 기세로 퍼져나갈 때는 바짝 긴장했다. 역병이 돌면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창업 이후 숱한 위기를 겪었지만., 이번 위기는 달라보였다. 하지만 이 식당은 지난 8월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롯데월드몰, 은평점, 공항점, 부천점 등 직영점을 내며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점포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성장 가능성, 우수성 등을 평가해 선정한다. 허영만 작가의 '식객'에 나왔으며, 4대가 가업을 승계한 부산 내호냉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전북 군산의 이성당, 2대째 운영중인 서울 중구 진주회관 등이 올들어 백년기업에 지정됐다. 김 사장이 창업 이후 수십년 세월을 견뎌낸 비결로 꼽는 첫 번째 키워드가 ‘기본으로의 회귀’다. 그는 “1대 사장님인 할머니는 늘 ‘부지런해야한다, 손님한테 잘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셨다“며 ”그런 할머니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할머니 손맛을 이어나갈 방법을 항상 고심한다“고 말했다. 다들 잘 알지만 꾸준히 실천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덕목들이다.
김 사장이 직영점만을 고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할머니가 남겨주신 맛의 비기를 고스란히 되살리기 위해서는 사업 규모를 늘리더라도 식재료 선정과 관리, 음식 조리까지 전 과정을 꼼꼼히 관리할 직영점이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변함없는 맛이 철칙이기 때문에 직영으로만 운영하고, 체인점을 낼 계획은 없다“며 "전국에서 가맹문의가 빗발친지 오래지만 가맹점을 낼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꼽는 자영업 성공의 두 번째 키워드는 ‘변화의 수용’이다. 할머니 손맛은 고수하되 젊은 고객들의 요구도 외면하지 않았다. 부대찌개 재료와 조리는 옛 방식을 고수하되 사리 메뉴를 폭넓게 도입해 변화를 수용했다. 김 사장은 ”어떤 사리를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부대찌개의 특성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장점이자 장수비결이 된 거 같다“고 진단했다. 또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소비자와의 접점도 대폭 늘렸다. 고객들이 매장을 찾지 않고도 간편하게 조리해 먹는 밀키트 상품을 지난 4월 대형마트에 선을 보였다. 전국 택배서비스도 하고 있다. 그는 ”손님들이 다시 오고 싶어도 시간 장소 문제 때문에 어렵다며 주문하면 보내줄 수 없겠느냐고 문의를 많이 한다. 그래서 택배 서비스를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