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희숙, 8시간째 필리버스터…"민주화 퇴행 느낌"(종합)
"지난 여름부터 국회, 합의 정신 입각한 토의 없어""입법과 정책 만드는 걸 가볍게 여긴단 느낌 받아""국정원법, 누가 보더라도 전국민사찰법 해석 여지""5·18법, 자유롭게 얘기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어야""공수처법 상황, 본인들 이야기한 걸 뒤집는 것 봐"철학가와 교수 인용…최장집 교수 논문 직접 읽기도민주당 의원들 항의에 "이 기회에 공부하시라" 반박
윤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 "친구들끼리, 동료끼리 웃자고 하는 닥쳐가 아니라 국가가 개인에게 닥치라고 하는 그런 느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후 3시24분부터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의 바통을 이어받아 8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이다. 그는 "이번에 통과된 닥쳐법을 보면 80년대 후반부터 발전해 온 민주화의 큰 결실이 퇴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이번에 지난 여름부터 국회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합의 정신에 입각해서 충분히 토의가 있었느냐,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야가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정책부터 시작해서 문 정부 들어 지금까지 입법과 정책을 만드는 것을 가볍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전에 충분히 서로 숙고하고 토론하고 점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난 번 부동산법 때도 10년 간 토론했으니 더 토론할 것이 없으니 통과시킨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그 결과는 어떤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정성이 있다면 왜 국회에서, 각 상임위에서 그렇게 합의 위주로 얘기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쫓기듯 누군가의 명령을 제대로 받들지 못하면 큰일 날 듯하게 한 점이 매우 부끄럽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구체적으로 법안들의 문제점을 들어 자신이 닥쳐법이라고 규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국정원법을 보면 '해외연계 경제질서 교란'에 관한 조항을 누가 보더라도 전국민사찰법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대북전단금지법도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이 핵심인데 원천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봉쇄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도 법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닥쳐법이라고 해석되는 부분이 국민들이 5·18에 대해서 잘못된 얘기를 떠들면 잘못됐다고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법 때문에 그냥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며 "민주 사회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입을 다물라고 하는 것 역시 처벌을 강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심에 거리끼는 걸 무릅쓰고 해야 하는 사정과 처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뭔지 너무 궁금하다. 비토권을 빼앗은 게 그 사정과 처지를 밝힐 때 필요한 거냐, 덮을 때 필요한 거냐"고 반문했다. 윤 의원은 이날 여러 철학자와 책 등을 인용했으며 필리버스터 진행 과정에서 직접 책 내용을 낭독하기도 했다. 최장집 교수의 논문도 읽었다. 그는 프랑스의 정치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의 주장을 거론하며 "다수가 스스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깊이 인정할수록 결과물로 가는 협의 과정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 그렇지 않은 다수가 소수를 무시하면 전체가 망하는 지름길이다. 바로 우리 국회같은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언론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윤 의원은 "자유를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언론이라는데, 언론에 대해 지금처럼 믿음이 없는 (상황)"이라며 "같은 사안에 대해 언론사 보도를 보면 관점이 다른 건 그렇다쳐도 사실 자체가 틀리고 다른 게 많다. 나라도 아프고 언론도 아프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가 5시간을 넘어가며 박병석 국회의장이 "아직 멀었나"라고 묻자 윤 의원은 "저 한참 더 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그의 필리버스터가 길어지자 이에 항의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좀 들으시라. 이런 기회에 공부도 좀 하시면 좋지 않겠나. 귀가 있으면 같이 듣자"고 했으며 "출석체크하는 것도 아닌데 듣기 싫으면 집에 가시면 되지"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개정안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신설되는 경찰의 국가수사본부로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정원 직무 범위는 ▲국외·북한에 관한 정보 ▲방첩, 대테러, 국제범죄조직 정보 ▲내란·외환죄 정보 ▲사이버 안보와 위성자산 정보 등으로 명시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면 대공수사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의 정보수집 조사 대상에 '경제 질서 교란'이 포함된 것을 놓고 전 국민 사찰 우려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민주당은 경찰청의 대공수사에 대한 충분한 독립성 확보를 전제로 수사권을 이관하고자 3년 유예 조항을 둔 것이라며 '경제교란' 항목에 대해서도 방위산업을 포함한 산업·경제계의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