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하선 "고백, 아동학대 문제 제도적 변화에 도움 되길"
영화 '고백' 사회복지사 '오순' 역할"아이 키우는 입장...예전보다 더 공감""남편 류수영·가족들 늘 응원 큰 힘"장르물 도전장…"전문직 역할 원해"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 영화 '고백'으로 배우 박하선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의 메시지가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백'은 7일간 국민 성금 1000원씩 1억원을 요구하는 유괴사건이 일어난 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며 아동학대 피해 상황의 심각성을 고발한다. 사라진 아이, 그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분노한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를 의심하는 경찰, 나타난 아이의 용기 있는 고백을 그리는 범죄 드라마다. 이번 작품은 박하선의 출산 후 첫 복귀작이었다. 그는 "가뭄에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며 "일을 너무 하고 싶을 때 들어온 작품이어서 그 자체로 감사했다"고 떠올렸다. "시나리오를 봤는데 마지막에 '고백' 쓰여있는 게 뭔가 '쿵'하는 울림을 받았어요. 사실 저예산 작품이라서 많이 밀리고 엎어질 뻔했는데 계속 기다렸죠. 당시 제가 아이만 돌보고 집에 있을 때라서 복귀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자존감이 낮아 있었죠. 그런데 감독님이 제가 아이를 낳고 육아 경험이 없었다면 찾지 않았을 거라고 했어요. 그 말에 눈물이 났죠."
"촬영할 때는 연기에 대한 목마름에 정말 시원하게 연기했어요. 막상 스크린으로 보니 부족한 게 보여 아쉬운데, 그래도 메시지가 분명하고 울림이 있는 영화니 많은 분께 좋은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어릴 적 학대 받은 사회복지사 '오순'으로 연기 변신 박하선은 극 중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아픔을 딛고 아동복지사가 된 '오순' 역을 연기했다. 이 작품으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배우상을 받았다.'오순' 역에 몰입하기 위해 박하선은 연습을 거듭했다. 그는 "(연기가) 간절했던 때였고, 잠을 줄이며 매일 밤 연습했다. 어려운 신은 될 때까지 했다"며 "제가 그동안 안 해봤던 연기라서 더 신나게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오순'의 대사 중 '고장 난 어른'이라는 말이 있다. 폭력의 대물림, 그 악순환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우리가 왜 공동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왜 그 고리를 끊어야 하는지 그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백'을 2018년 여름에 찍었는데, 그때도 아동학대 이슈가 있어서 '미쓰백', '어린 의뢰인' 등 영화들이 있었어요. 이후 조금은 바뀌나 싶었는데, 최근 '정인이 사건'이 터지고 매일 관련 기사들이 나오는 걸 보면 바뀐 게 없다는 데 무기력해지기도 했죠. 하지만 또 그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 마음이 복잡했어요." 아동학대를 소재로 하지만 자극적으로 그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저도 자극적으로 그려지는 폭력적인 영화는 잘 못 본다"며 "저희 영화는 보기에 불편하지 않다. 감독님도 아역 배우를 배려하면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또래 아이들을 보면 어떤 상황인지 알잖아요. 저는 아이를 혼자 놔두고 나간 적이 없어요. 아이들이 얼마나 불안했을까 생각이 들죠. 뉴스를 보면 계속 생각이 나서 잘 보지는 못해요. 예전보다 확실히 더 공감이 가죠." '산후조리원'·'며느라기' 잇단 흥행…"남편 류수영, 늘 응원" 박하선은 최근 드라마 '산후조리원', '며느라기' 등 작품들로 가족 이야기를 그리며 여성 시청자들의 큰 공감과 지지를 받았다. 그는 "여성 팬분들이 많이 공감해주셔서 뿌듯하다. 사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들어오는 작품의 결이 변한 게 있다"며 "엄마, 며느리 등 가족 이야기를 재미있어하고 잘할 수 있는 장르가 된 것도 있다. 오히려 (작품 범위는) 더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동료 배우로서 서로 자극도 된다. "드라마 '슬플 때 사랑한다' 때 왜 이렇게 잘하냐고 물었더니, 대본을 1000번 봤다더라. 제가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더니 밤새며 봤다고 했다. 이후 제가 '고백'을 했는데, 저도 밤마다 대본을 보게 됐다. 사실 저는 예전에 대본대로만 했는데, 자기 전까지 대본을 보고 계속 파고드니까 암기가 아닌 연기가 나오더라"고 웃었다. 다음 작품은 장르물을 하고 싶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박하선은 "기혼, 미혼을 따지지 않는 장르물을 하고 싶다. 아직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시트콤도 할 수 있다.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가 작품을 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재미다. "재미가 1번이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한다"며 "'영도다리' 이후 한동안 못 찍었는데 독립영화도 좋아한다. 아직 개봉 안 한 독립영화 '첫 번째 아이'도 찍었다. 좋은 영화면 하고 싶다"고 말했다. "4년의 공백이 컸어요. 20대 때는 일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감사하죠. 이번 작품이 터닝포인트가 됐으면 해요. 박하선한테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걸 봐주셨으면 해요. 제대로 된 스릴러나 액션, 범죄물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암기력도 좋고 생각보다 똑똑한데 의사나 검사, 변호사 역할도 한 번도 안 해봤어요. 기가 막히게 할 수 있답니다. (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