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서 빠진 '北인권'…한·미 "완전히 조율된 대응"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 우선 관심사"'완전한 비핵화'→'북핵·탄도미사일' 톤 다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18일 외교·국방 2+2 장관 회담 후 공동 성명을 통해 "한·미는 한반도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면서 "양국 장관들은 이러한 문제들이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 전략 하에 다뤄져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했다"고 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정 장관과의 외교장관 회담 모두 발언에선 "북한의 독재 정권이 자국민에게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했지만 공동성명에는 이러한 내용을 담지 않았다. 일본 방문 때와 비교하면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블링컨 장관은 일본에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몇 주 내에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거듭 밝히면서 북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인권 침해를 동시에 언급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는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담 전 미국의 소리(VOA)에 "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다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양국의 입장이 완전히 상반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는 매우 강력하고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고 많은 사안에서 중요하고 전략적인 공동 접근을 하고 있다"며 "매우 강력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통일부 역시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입장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은)북한 인권 상황에 깊은 우려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다. 북한 주민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노력해 왔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한·미 공동성명엔 '북한의 비핵화' 대신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라는 표현이 담겼다. 바이든 행정부는 항상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해 왔는데 다소 '톤 다운'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한·미 장관 회담 이전에 배포한 설명자료에선 '한·미·일 공조 강화'를 강조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포함한 광범위한 글로벌 이슈에 대한 3국 협력을 재개하고 있다"면서 '북한 비핵화'란 표현을 썼었다. 미 외교·국방 장관의 한국 방문 일정에 맞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에 이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잇따라 경고 메시지를 보낸 가운데 불필요한 자극을 삼가해 상황 악화를 막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출발점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정치학과 부교수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CNN에 "(북한의)비핵화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우리는 '5야드 패널티'(뒤로 후퇴해야 하는 벌칙)를 받게 된다"며 "북한은 결코 이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프랭크 옴 미국평화연구소(USIP) 북한 수석 전문가도 CNN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장기적인 목표로 고수하는 것은 괜찮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그것은 장기적인 목표가 돼야 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아무 것도 주지 않은 채 먼저 비핵화를 하도록 한 '리비아식' 모델을 따라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