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흔들린다③]코로나 등 이유로 훈련 줄이는 軍, 전력 약화에 속앓이
대규모 한미 연합 실기동 훈련 중단 상태훈련 반대하는 北의 비핵화 태도 변화 無北의 변화 없는 훈련 부족 장기화는 위험
군사 훈련에 대한 군 수뇌부의 인식 역시 문제가 있다. 군을 이끄는 인물들이라면 훈련을 못하는 이유를 언급하기 전에 훈련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아야 하지만 언젠가부터 국회에서 그런 대답을 하는 수뇌부 인사들을 찾기 어려워졌다. 남북·북미관계 개선에 주력하는 현 정부와 여당 의원의 서슬에 군인들이 위축되는 모습에 안쓰럽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남북·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인식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군의 훈련 부족 문제는 심각한 측면이 있다. 한미 양국군은 매년 상·하반기 북한의 전면 남침 등 다양한 도발을 상정해 연합지휘소훈련(CPX)과 야외 실기동훈련(FTX)으로 전쟁 수행절차를 점검한다. 하지만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키리졸브·을지프리덤가디언·독수리연습 등 3대 연합훈련은 폐지됐고 대신 연 2차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 연합지휘소 훈련만 실시하고 있다. 이마저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해부터 축소됐다. 북한이 반발할 만한 대규모 훈련은 대부분 중단됐다. 대규모 연합상륙훈련(쌍용훈련)과 연합공군훈련(맥스선더·비질런트에이스)도 축소·폐지됐다. 이에 따라 연합 실기동훈련은 대대급 이하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훈련 축소 추세는 군사 훈련을 줄여도 우리 군과 주한미군의 군사 대비 태세를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훈련과 군사 대비 태세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훈련 축소는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3월 상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이 실시되자 이를 비난하며 9·19 남북 군사합의도 파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종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우리측을 위협하는 북한이 되레 우리 군사훈련을 관계 악화의 이유로 집중 거론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훈련은 곧 남북관계 악화라고 외치는 북한의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은 먹혀들었다. 현 정부와 진보진영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실시는 곧 남북관계 악화라는 등식을 만들었다. 부지불식 간에 북한은 물론 우리도 훈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다. 군의 본질인 군사 훈련에 이처럼 낙인이 찍히자 군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구급 훈련이나 대규모 실기동 훈련이 중단된 가운데 군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대급 이하 한미 연합훈련을 연중 개최하며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방식 연합지휘소훈련을 통해 현실적인 전장상황을 조성해 효과적인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뮬레이션 기반 지휘소 훈련과 대대급 이하 야외 실기동 훈련을 병행하면 전시 대비 태세 유지에 필요한 훈련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한미연합훈련이 점점 컴퓨터 게임처럼 돼간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앞으로 더 그렇게 돼야 한다고 반박한다. 핵 전쟁 대비를 위해서는 한미 양국은 실기동 훈련보다는 전략적 수준의 연습에 더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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