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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흔들린다③]코로나 등 이유로 훈련 줄이는 軍, 전력 약화에 속앓이

등록 2021-06-05 06:00:00   최종수정 2021-06-15 08: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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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한미 연합 실기동 훈련 중단 상태

훈련 반대하는 北의 비핵화 태도 변화 無

北의 변화 없는 훈련 부족 장기화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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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 5월10일부터 21일까지 육군 최초로 진행된 ‘신임장교 여단전투단 과학화전투훈련’에서 신임장교들이 전문대항군과 실전적인 교전 훈련을 하고 있다. 2021.06.04. (사진=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군대는 훈련을 통해 유지된다. 여러 이유로 훈련이 늦춰지고 축소되면 군사 대비 태세는 물론 군 기강을 유지하는 데도 문제가 생긴다. 훈련이 취소되면 전국 각지 군부대에 있는 군인들은 긴장을 늦출 수밖에 없다. 군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사고의 근원을 찾다보면 그 끝에는 훈련 부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사 훈련에 대한 군 수뇌부의 인식 역시 문제가 있다. 군을 이끄는 인물들이라면 훈련을 못하는 이유를 언급하기 전에 훈련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아야 하지만 언젠가부터 국회에서 그런 대답을 하는 수뇌부 인사들을 찾기 어려워졌다. 남북·북미관계 개선에 주력하는 현 정부와 여당 의원의 서슬에 군인들이 위축되는 모습에 안쓰럽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남북·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인식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군의 훈련 부족 문제는 심각한 측면이 있다.

한미 양국군은 매년 상·하반기 북한의 전면 남침 등 다양한 도발을 상정해 연합지휘소훈련(CPX)과 야외 실기동훈련(FTX)으로 전쟁 수행절차를 점검한다. 하지만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키리졸브·을지프리덤가디언·독수리연습 등 3대 연합훈련은 폐지됐고 대신 연 2차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 연합지휘소 훈련만 실시하고 있다. 이마저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해부터 축소됐다.

북한이 반발할 만한 대규모 훈련은 대부분 중단됐다. 대규모 연합상륙훈련(쌍용훈련)과 연합공군훈련(맥스선더·비질런트에이스)도 축소·폐지됐다. 이에 따라 연합 실기동훈련은 대대급 이하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훈련 축소 추세는 군사 훈련을 줄여도 우리 군과 주한미군의 군사 대비 태세를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훈련과 군사 대비 태세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훈련 축소는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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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경남 거제도 인근 해상에서 지난 5월21일 경찰청 헬기(KUH-1P)와 해양경찰청 헬기(S-92)가 함상 이·착함 자격(DLQ) 유지를 위해 해군 독도함 비행갑판에 착함하고 있다. 해군은 정부 부처 헬기 조종사를 대상으로 6개월 주기로 DLQ 훈련을 지속 실시해 해난 대처능력을 향상할 계획이다. 2021.06.05. (사진=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훈련 부족으로 군의 군사 대비 태세가 약화되더라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개선된다면 무방하다. 문제는 수년에 걸친 훈련 축소에도 북한의 태도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3월 상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이 실시되자 이를 비난하며 9·19 남북 군사합의도 파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종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우리측을 위협하는 북한이 되레 우리 군사훈련을 관계 악화의 이유로 집중 거론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훈련은 곧 남북관계 악화라고 외치는 북한의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은 먹혀들었다. 현 정부와 진보진영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실시는 곧 남북관계 악화라는 등식을 만들었다. 부지불식 간에 북한은 물론 우리도 훈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다.

군의 본질인 군사 훈련에 이처럼 낙인이 찍히자 군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구급 훈련이나 대규모 실기동 훈련이 중단된 가운데 군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대급 이하 한미 연합훈련을 연중 개최하며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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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제5공중기동비행단 제258공수비행대대 소속 CN-235 항공기가 6일 경남 남해도 미조 해상에 구조장구를 투하하는 등 해상탐색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2021.05.07. (사진=제5공중기동비행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실기동 훈련 부족이 곧 전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시뮬레이션 방식 연합지휘소훈련을 통해 현실적인 전장상황을 조성해 효과적인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뮬레이션 기반 지휘소 훈련과 대대급 이하 야외 실기동 훈련을 병행하면 전시 대비 태세 유지에 필요한 훈련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한미연합훈련이 점점 컴퓨터 게임처럼 돼간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앞으로 더 그렇게 돼야 한다고 반박한다. 핵 전쟁 대비를 위해서는 한미 양국은 실기동 훈련보다는 전략적 수준의 연습에 더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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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해병대2사단 군수대대가 주둔지에서 실시한 전반기 전술훈련 중 국지도발 대비 훈련에서 핵심지점 점령을 위해 신속대응부대가 출동하고 있다. 2021.06.05. (사진=해병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군의 훈련 부족을 둘러싼 이 같은 논쟁을 끝내려면 한미 정부가 하루빨리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 비핵화를 진전시켜야 한다. 북한의 태도가 바뀔 기미가 보인다면 한미연합훈련보다 더한 것을 축소하고 포기하더라도 무방하다. 하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더 고도화시키고 대화를 거부하며 도발을 거듭하면 훈련에 대한 매파와 비둘기파 간 이견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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