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서형 "성소수자 부담감 없었다…멜로 소원 풀어 시원"
tvN 토일드라마 '마인' 종영 인터뷰효원가 카리스마 맏며느리 '정서현'"캐릭터 욕심…누구보다 잘할 자신""센 캐릭터? 얼마든지 다르게 변주"
tvN 토일드라마 '마인'에서 효원가(家) 첫째 며느리로 변신해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한 배우 김서형은 드라마가 종영한 전날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며 웃었다. 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서형은 '마인'의 인기를 예상했다며 "근래에 작품하면서 이렇게 기분이 좋았던 적 있나 싶다"고 말했다. 시청률 10.5%(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의 자체 최고 기록으로 전날 종영한 '마인'은 다양한 인간군상으로 이뤄진 효원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모성애와 사랑 등 세상의 편견에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김서형이 연기한 '정서현'은 효원그룹 첫째 며느리이자 뼛속까지 성골 귀족으로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집안의 중심을 잡는다. 이혼남인 효원그룹 장남 '한진호'(박혁권)와 결혼했지만, 사실 성 소수자로 그녀가 사랑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김서형은 "대본을 받았을 때 꼼꼼하게 책임감 있게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 소수자 캐릭터에) 부담감은 없었다"며 "기회가 온다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늘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으로 멜로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었다는 김서형은 극 중 첫사랑인 '최수지'(김정화)와 즐겁게 촬영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화씨와 만나면 절절했던 것 같다. 효원가 다리 장면이 첫 촬영이었는데, 몇 개월 만나온 사람처럼 연기했다. 정화씨와 눈과 눈으로 충분히 연기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 돌아봤다. 최종회에서는 효원의 회장이 된 '정서현'이 과거에는 포기했던 '최수지'에게 "네가 있는 곳으로 갈게"라며 전화를 거는 장면으로 여운을 남긴다. 그는 "수지를 찾아간다는 건 꼭 사랑 쟁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정이든 어떤 형태든 수지를 마주한다는 건 나와 마주할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서현이가 효원가에서 나 자신을 찾은 것"이라며 "시청자들에게 느낌표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 중 연대를 펼친 효원가 둘째 며느리 '서희수' 역의 이보영과의 케미도 눈길을 끌었다. "보영씨라서 멋진 것 같아요. 육아하면서 일을 한다는 것도 대단하죠. 얘기를 나눠보면 배우로서 겪어온 우여곡절이나 버텨온 게 비슷해서 동질감이 많이 있었어요. 그만큼 케미가 안 좋을 수 없죠."
1994년 KBS 공채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한 김서형은 활동 초반에 기대만큼 역할이 주어지지 않아 실망도 했다고 떠올렸다. 긴 생머리의 20대 김서형에겐 당시 드라마에서 유행했던 청순가련 혹은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닌 비서나 사무직 직원, 부잣집 딸 등 세련됐지만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제가 눈이 예쁘고 촉촉하다"고 웃으며 "목소리도 나쁘지 않은데, 왜 이렇게만 써먹나 부정하고 밀어내려 했던 때도 있었다. 멜로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20대 때는 한 번에 터질 줄 알았지만, 그 마음을 빨리 접었다"고 말했다. "심혜진 배우처럼 커리어우먼 이미지라며, 주변에서 영화를 추천해줬어요. 영화쪽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헤어스타일도 커트를 했죠. 20대 후반부터는 운명으로 생각하고 평생 가자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늦게 알아봐 준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걸 차근차근하자는 마음이었죠. 30대를 정말 열심히 살았고, 40대도 성실하게 임했어요. 고착화된 이미지를 매년 덜어내기 시작했고, 최선을 다한 사람에겐 그만큼의 결과가 온다는 걸 느끼면서 이제는 고착화가 무섭지 않게 됐어요." 그래서 '마인' 제목이 더 와닿았다고 했다. "내 삶의 주체는 나인게 '마인'과 비슷하다. 내 주체 하나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면이 비슷했고 그래서 제목이 좋았다"고 말했다.
'아내의 유혹'으로 인지도를 높인 김서형은 지난 2019년 종영한 'SKY 캐슬'로 또 한 번 '인생캐릭터'를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동안 센 캐릭터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차후에 또다시 센 캐릭터를 만난다고 해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품을 끝내고 나면 비울 건 빨리 비우고, 다음에 대한 긴장과 설렘이 있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면 그걸로 버틸 힘이 생기죠. 연기는 쉬면 안 되더라고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자꾸 호기심이 생겨요. 센 캐릭터 역시 꼭 해야하는 역할도 있을 거예요. 얼마든지 다르게 변주해서 할 수 있고, 그 노력은 제 책임감이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