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혁신학교 반발 왜 계속되나②]양적 확대 움직임이 반발 더 키웠다

등록 2021-08-01 06:00:0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혁신공감학교 예산 사라지자 학교들 너도나도 혁신학교 신청

혁신학교 긍정 부각 설문, 학운위 임의 결정 등 학부모 불만 키워

교육청 "혁신학교 전환 강제 안해...절차 문제 살펴볼 것"

associate_pic
[수원=뉴시스] 경기도내 한 중학교가 신규 혁신학교를 신청하려고 학부모 설문조사 등을 진행하고 학교운영위원회를 열려고 하자 이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혁신학교 전환을 막아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2021.7.31.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변근아 기자 = 경기도내 교육현장 곳곳에서 혁신학교를 두고 찬반이 엇갈려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교육당국의 양적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사태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부모들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교육당국이 혁신학교 수를 늘리기 위해 일방적으로 이를 추진해 학부모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다 보니 더욱 거칠게 목소리를 내야 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학교 현장에서는 예산 지원을 위해 혁신학교 신청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한다.

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혁신공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혁신공감학교는 혁신학교는 아니지만, 그 뜻에 공감하며 같은 교육 방향성을 가진 학교들을 의미한다.

2021년 기준 도내 1508개 학교가 혁신공감학교로 운영 중이며, 이들은 학급수 기준에 따라 매년 학교 운영비를 추가로 지원받는다.

15학급 미만 학교는 600만 원, 15~32학급 900만 원, 33~44학급 1100만 원, 45학급 이상 1500만 원 등의 예산 지원이 이뤄지며 각 학교는 이를 학생중심의 창의적 교육활동 예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내년부터 이 같은 예산 지원이 전면 중단된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이 같은 소식이 현장에 전해지며 일선 학교들은 교육활동에 쓰이는 예산이 끊긴다는 불안감에 그때부터 부랴부랴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도내 한 교장은 "교육청에서 무조건 혁신학교를 신청하라 한 것은 아니지만, 교육감이 혁신학교 확대에 대해 계속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공감학교 예산 지원이 더는 없다는 소리는 곧 혁신학교로 추진하라는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그러다 보니 다른 때보다 많은 학교가 신규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위해 학부모 설문조사 등을 진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혁신학교 지정 신청서를 내는 기한인 7월 말까지 두 달 정도 되는 기간은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을 설득해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지나치게 짧았고 결국 부족한 준비는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혁신학교 지정 신청 과정에서 반발이 거셌던 학부모들이 학교의 절차상의 문제를 반발 이유로 든 것 역시 이러한 준비 부족 문제와 맞닿아있다.

학부모들은 우선 혁신학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긍정적 정보만 담은 설문조사를 진행한 점을 지적했다.

한 학부모는 "혁신학교 신청에 대한 설문조사라고 해서 보니 혁신학교 지정하면 돈도 주고 학급수도 줄어든다 등 장점만 홍보하는데 혁신학교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선뜻 반대할 수 있겠냐"면서 "반대를 하면 그 이유까지 써서 내라는 설문조사에서 당연히 학부모는 찬성할 수밖에 없다가 뒤늦게 혁신학교의 문제점 등을 찾아보고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ssociate_pic
[수원=뉴시스] 혁신학교 신청 여부를 묻는 한 학교 가정통신문 일부 캡처. 2021.7.31. (사진=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이번에 혁신학교를 추진하면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던 학교들 일부는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혁신학교에 대한 장점 등을 나열하고 이에 대한 학부모 찬반을 받는 모양새였다.

더 나아가 찬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찬성과 달리 반대를 선택할 경우 사유를 적어달라고 하며 학부모들의 불만을 산 곳도 있었으며, 내년 혁신공감학교 예산이 사라져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 가능성을 강조하며 혁신학교 신청 여부를 묻는 경우도 있었다.

용인에서 자녀를 중학교에 보내는 학부모 이모(48)씨는 "혁신학교 신규 지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고 해 가정통신문을 받아보니 혁신학교를 운영하면 좋은 장점, 혁신공감학교는 예산 지원 없음만 달랑 있더라"면서 "이게 과연 학부모에게 제대로 혁신학교에 대한 판단을 내려달라며 보낼 수 있는 내용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들의 반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를 열어 임의로 혁신학교 신청을 추진하는 점 등도 문제로 꼽힌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학부모 최모(42)씨는 "학교에서 혁신학교 설문조사를 했고 학부모 반발이 높았으면 거기서 중단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데 학교에서 학운위 몇 명만 설득 시켜 혁신학교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니 학부모들은 더욱 화를 내는 것이다. 민주적인 절차로 혁신학교를 지정한다고 하면서 절차가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원의 A초등학교의 경우에도 학부모의 반대가 더 높았음에도 학운위를 열고 혁신학교 신청을 가결했다가, 학부모 반발이 일자 뒤늦게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이 무리하게 많은 혁신학교로 전환하려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경기도의 경우 혁신학교 신청은 조례에 의해 학교에 모든 권한이 있지 따로 강요하지 않는다"면서 "교육청에서는 혁신학교 신청을 원할 경우 학부모, 교직원 설문조사를 받고 학운위 심의를 통해 결정하라고 안내했을 뿐이고 학교에서 혁신학교를 운영할 것인지, 혁신공감학교를 운영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차와 관련해서도 학부모들에게 혁신학교에 대한 연수도 진행하고, 토의·토론 등을 거쳐 민주적 절차에 의해 신청하도록 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혁신학교에 대한 연수나 안내가 사전에 없었다고 하지만 학교에서 살펴보면 홈페이지나 여러 절차를 통해 진행된 부분도 있다"며 "다만 여러 반발이 있었던 만큼 상황을 살펴보고 제도·정책적인 부분에 있어서 개선해갈 점이 있으면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