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윤·김현진·이정화 "소녀·소년들, 너희는 혼자가 아니야"
독일의 표현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 '눈 뜨는 봄'이 원작. 매우 권위적이었던 19세기 말 독일의 청교도 학교가 배경이다. 막 성(性)에 눈뜨기 시작한 청소년들의 방황 그리고 욕망, 이를 억압하려는 기성세대와의 충돌을 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리트(Smells Like Teen Spirit)'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록 음악과 대담하면서도 시적인 가사, 전통적인 표현을 따르지 않은 연출을 통해 선보였다. 2006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한국에선 2009년 첫선을 보였고, 2011년 재연했다. 이번엔 기존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버전 대신 2018년 영국의 맨체스터 버전을 기본으로 삼았다.
그간 조정석, 김무열, 강하늘, 주원 등 스타배우의 산실로 통한 뮤지컬인 만큼 이번 시즌 오디션 과정도 치열했다. '썸씽로튼' '마마, 돈크라이'의 노윤, '데미안' '쓰릴미'의 김현진, 신예 이정화 등이 15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었다. 노윤은 조숙하며 친구들 사이에 우상과 같은 소년 '멜키어', 김현진은 사회 시스템과 자신의 신체·정신의 변화에 혼란스러워하는 '모리츠', 이정화는 호기심 많고 순수한 소녀 '벤들라'를 연기하고 있다. 배역에 몰두하며 공부를 멈추지 많고 이 젊은 배우들을 최근 공연장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김현진(김)=송상은 씨가 제 학교 친한 동기인데요. 10년 전 이 작품으로 데뷔를 했어요.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와 봤는데 새롭고 충격적이었고 놀라웠죠. 청소년의 성 문제가 소재지만, 인간의 성장 자체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키가 자라면 성장통이 멈출 줄 알았는데, 그 성장통은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 속에도 있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어요. 이정화(이)=고등학교 때 '눈 뜨는 봄' 희곡을 읽었어요. 대학에 들어와서 이 희곡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 있다는 걸 알았죠. 대학 졸업하는 시기에 맞춰 열린 오디션은 도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도전했는데, 감사하게 붙었어요. 공부하다보니 벤들라의 주요 토픽은 '아무것도 몰라요'가 아니라 '알고 싶어요'더라고요. K(한국)-딸로서 '부끄러운 소녀'로 자랐지만, 벤들라랑 당돌한 부분이 닮았더라고요. 철학적으로 사고하려는 점도요. 제 첫 오디션이라, 실패의 겁이 없었고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컸어요. 오디션 현장에서 신기하게 안 떨렸어요. 새로운 대학교에 입학을 한 것처럼 워크숍에 참여한 느낌이었고, 경험한다는 것이 먼저였죠.
노=어릴 때 저 역시 멜키어처럼 어른스러워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새로운 것에 대해 들어도 '아, 그래?'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죠. 극 중 멜키어가 모리츠의 죽음 뒤에 느끼는 감정을 실제 겪었어요. 고등학교 졸업식 날 파티를 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다른 친구가 전해줬어요. 처음엔 믿지 않았고 장례식장으로 달려갔죠. 한참 주저앉아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극 중 장례식 장면에서 아직도 그때가 생각이 나요. 이=전 학창시절에 모범생이었어요. 반장이나 동아리 회장 역할을 계속 맡았고, 책임감이 있었죠. 규칙을 지키는 면에 있어서 보수적이었어요. 그런데 춤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친오빠가 연기 전공을 해서, 학창 시절 내내 오빠를 존경했죠. 춤도 좋고, 연기도 좋고, 노래도 좋아하는데 뮤지컬을 알게 된 거예요. 대학은 연기 전공으로 입학했고 영화 연기를 주로 경험했는데 뮤지컬도 맛 보고 싶었어요. 마음 한켠 작은 꿈이 됐죠. 오디현을 통과할 거란, 기대가 크지 않았던 터라 붙었을 때 더 의연할 수 있었죠.
노=주요 인물 중 멜키어는 결국 혼자 살아 남지만, '스프링 어웨이크닝' 모든 인물들에게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너희가 원하는 세상을 분명히 만들 수 있을 거야. 누구 하나 잘못되지 않았고, 모두가 맞아. 너희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해!"라고요.
이=이번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기존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특히 다른 지점이 있어요. 예전처럼 벤들라가 혼자 거울을 보고 시작하지 않아요. 그녀 주변에 소녀들이 함께 등장하죠.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을 세상의 소녀, 소년들에게 모두 해주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